고교학점제가 전면화됐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하고 대학처럼 학점을 쌓아 졸업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앞에서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주변의 학부모들을 만나면 “어떤 과목을 골라야 유리할까요”, “어느 학원에 보내야 바뀐 서술형 시험에 대비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입시제도가 아무리 복잡하게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절대 명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 스스로 탐구하고 공부하는 힘’, 즉 자기주도성이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단순한 과목 선택이 아니라 깊이 있는 ‘진로 탐색을 통한 자기 이해’에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선행될 때 아이들의 내면에서는 비로소 강력한 ‘학습 동기’가 태동한다. “이 분야를 더 알고 싶다”는 자발적 동기는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전문 서적을 찾아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주도적인 심화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바뀐 입시가 요구하는 탐구 역량의 실체다.
과거의 주입식 교육과 ‘학원 뺑뺑이’로 다져진 문제풀이 기술은 고교학점제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생부 종합전형뿐만 아니라 교과 전형에서도 학생이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깊이 있게 탐구했는지를 평가하는 시대다. 남이 차려준 밥상을 받아먹기만 하던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스스로 밥상을 차려야 하는 상황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스스로 공부하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가정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눈앞의 점수가 아닌 평생 가는 ‘5대 학습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공부의 이유를 찾아주는 ‘동기’, 유혹을 이겨내는 ‘조절’, 효율적인 ‘시간’ 관리,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 그리고 이 모든 지식을 흡수하는 뼈대인 ‘문해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프레임이 단단히 구축된 아이는 제도가 아무리 춤을 춰도 흔들리지 않는다.
교육 환경의 변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짚어내고 스스로 달릴 수 있는 공부 근육을 키워주는 어른들의 현명한 가이드다. 불안의 눈을 감고 본질의 눈을 뜰 때 비로소 경기 교육의 백년지대계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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