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던 한국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뜻밖의 역주행을 펼치고 있다.
영화 '중간계' 속 한 장면 / CJ CGV
지난 5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중간계'(감독 강윤성)가 공개 하루 만인 6일 국내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이후 10일 현재까지 닷새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1위라는 순위 때문만이 아니다. '중간계'는 지난해 10월 15일 극장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2만 8000명대에 그치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그랬던 작품이 OTT 공개 후 단숨에 정상을 차지하면서 그 역전 서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화 '중간계'에 출연한 배우 방효린 / CJ CGV
국내 최초 'AI 장편 영화'…화제성은 충분했다
'중간계'를 둘러싼 가장 큰 키워드는 단연 'AI'다. 이 작품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국내 최초의 장편 영화로, '범죄도시', '카지노'로 유명한 강윤성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기도 하다.
강 감독은 개봉 전 언론시사회에서 "VFX로 처리하면 4~5일이 걸리는 폭파 장면을 AI를 활용하니 한두 시간 만에 끝낼 수 있었다"며 AI 기술이 영화 제작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는 그린 스크린 없이 야외 현장 촬영을 진행하고, AI로 구현한 십이지신상 형태의 저승사자 크리처를 실제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합성했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도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김강우는 "CG와 무엇이 다른지, 무엇을 보고 뛰어야 하는지 감독님께 계속 물어봤다"고 털어놨고, 변요한은 "더 적은 회차에, 훨씬 더 안전하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중간계' 스틸컷 / CJ CGV
변요한·김강우·양세종 등 탄탄한 캐스팅
6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출연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양세종, 이무생 등이 주연을 맡았다.
줄거리는 이렇다.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로 거액을 챙긴 재범(양세종)이 어머니의 장례를 위해 귀국했다가 조폭에게 납치된다. 그를 각기 다른 목적으로 쫓던 국정원 요원 장원(변요한), 외사과 팀장 민영(김강우), 아역 출신 배우 설아(방효린), 방송국 PD 석태(임형준)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을 떠보니 이승도 저승도 아닌 기묘한 공간 '중간계'. 그곳에서 네 사람은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과 필사적인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영화 '중간계'에 출연한 배우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 CJ CGV
AI 영화라고?…넷플릭스서 재점화된 관심
극장에서 외면받았던 작품이 OTT에서 살아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맞물린다. '국내 최초 AI 활용 장편'이라는 실험적 성격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안에서 다시금 호기심을 자극했고, 6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시청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변요한·김강우·양세종 등 낯익은 배우들의 얼굴도 클릭을 유도했다.
극장 실패작이 OTT에서 재평가받는 흐름 자체는 이미 낯설지 않다. 하지만 '중간계'의 경우 단순한 뒤늦은 발견을 넘어, AI 영화라는 기술적 화두가 플랫폼 안에서 다시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영화 '중간계' 주연 배우 양세종 / CJ CGV
"2편 시나리오 이미 완성"…속편 가능성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후속편이다. 강윤성 감독은 개봉 당시 "1편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2편 이야기가 다 끝난 상황이었다"며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2편 시나리오도 이미 완성된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제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작 여부가 1편의 흥행 성적과 투자 유치 결과에 달려 있는 만큼, 이번 넷플릭스 역주행이 2편 제작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김강우도 "이렇게 적은 예산과 회차로 이런 장르의 영화를 찍을 수 있구나 싶었다. 잘 되어서 2편까지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중간계'는 안국역, 조계사, 광화문 광장 등 서울 실제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됐으며, AI와 실사를 결합한 액션 시퀀스가 볼거리로 꼽힌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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