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화면을 앞에 두고 한 식당 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10일 오후 경기 수원 배민아카데미 경기센터. 30여명의 사장님들은 처음 마주한 인공지능(AI) 디자인 도구 앞에서 사뭇 진지했다. 강사가 다가가 클릭 몇 번을 짚어주자 화면에는 금세 그럴듯한 메뉴판 한 장이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화면을 들여다보며 결과물을 비교했고, 곳곳에서는 감탄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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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하나도 쉽지 않네”…AI 배우는 60대 사장
이곳은 AI 활용 디자인 학원이 아니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운영하는 무료 외식업 교육기관 배민아카데미의 ‘AI 메뉴판·포스터 만들기’ 강의 현장이다. 정식 강좌명은 ‘3시간 만에 완성하는 캔바 AI 메뉴판·포스터’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실습형 교육으로, 참가자들은 디자인 협업 도구 ‘캔바(Canva)’의 AI 기능을 활용해 가게 홍보물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강의를 맡은 이지훈 워크스마트 대표는 캔바의 기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캔바의 AI 기능을 활용해 문구를 작성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법을 배운 뒤 메뉴판과 홍보 포스터 제작 실습에 나섰다. 저마다 가게 메뉴와 사진을 입력하자 결과물이 빠르게 생성됐고, 익숙해진 사장님들은 몇 분 만에 실제 매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법한 메뉴 포스터를 완성했다.
이 대표는 “사장님들은 가게 운영만으로도 바빠 AI를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무엇을 입력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조차 몰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어려워해도 한 번 익숙해지면 포스터를 넘어 홈페이지 제작이나 바이브코딩까지 활용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며 “중요한 건 AI를 실제 장사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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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들이 가장 체감한 것 역시 비용과 시간이었다. 수원 인계동 파스타집 ‘감성유부&파스타’의 김지원 씨는 “외주를 맡기면 간단한 페이지 한 건에 20만~30만원, 마케팅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다”며 “전직 공무원인데 배민아카데미에서 장사에 필요한 걸 하나씩 배운다”고 했다. 고령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올해 61세로 왕만두 가게를 하는 이영수 씨는 “AI는 젊은 사람들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고령의 사장도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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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세무 넘어 AI 활용까지…배민아카데미의 진화
실제로 배민아카데미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AI다. 올해는 AI 활용 교육과 숏폼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 강좌가 인기를 끌었고, AI 브랜딩과 메뉴판·포스터 제작 등으로 강의 범위도 넓어졌다. 배민은 점주를 위한 AI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가게 매출과 광고 효과 등 흩어져 있던 지표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게 했다. 또 가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마케팅 도구 활용에 따른 매출 변화를 예측하거나, 리뷰를 긍정·부정 키워드로 분석해 운영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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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이 최근 AI 교육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외식업 현장의 변화가 있다. 창업과 세무·노무, 요리 같은 기초 교육 수요에 더해 최근에는 마케팅과 AI 활용 등 디지털 역량을 키우려는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만 빠른 기술 변화 속에 AI와 데이터 활용의 문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금이나 물품 지원을 넘어 플랫폼이 가진 기술과 데이터를 나누는 상생이 주목받는 이유다.
2014년 문을 연 배민아카데미는 외식업주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장사에 필요한 지식과 실습,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2017년 서울 송파구 서울센터, 2022년 경기 수원 경기센터를 잇따라 열어 오프라인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고, 2020년부터는 온라인 강좌도 운영 중이다. 온·오프라인을 합쳐 지금까지 누적 4485회의 교육이 진행됐고, 지난 4월 말 기준 수강생은 36만명에 달한다.
권용규 우아한형제들 배민아카데미 실장은 “최근 외식업주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가 향후 AI가 가게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60%는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며 “AI가 일부 전문가의 도구가 아니라 사장님들의 일상적인 장사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실습 중심 교육과 관련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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