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직전 핵시설 사찰한 北, 중국 향해 '비핵화 못해' 언성 높인 격
동북아 '핵 도미노' 경계하는 中, 북러 밀착 견제 위해 北 달래기 '딜레마'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북한과 중국 간 밀착 강화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난 8일 평양 개최 북중 정상회담이 실제로는 비핵화를 둘러싼 북중 간 팽팽한 물밑 줄다리기의 결과물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통상적인 외교 문법을 거스르는 방식을 동원해가면서 비핵화 거부 의지를 표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일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고, 그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6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는 미국 국무부의 공식 입장과 관련해 "미국의 상투적인 거짓 유포 놀음"이라고 비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이달 8∼9일 방북 계획은 중국과 북한 당국이 지난 5일 발표했다.
이 발표를 전후해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했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재차 강조한 셈인데, 이는 주요 관련국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회담 의제에 선수를 치는 격이라 외교 결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핵물질 생산공장 공개나 김여정 담화가 한국·미국 또는 내부 주민을 향한 것이라면 다른 시기에 공개해도 무방했을 것이기에 이런 뉴스의 주 독자는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무리수를 둬가면서 중국을 향해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은 회담을 앞둔 양측 실무 협의에서 비핵화에 대한 견해차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14∼15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18일 팩트시트를 내 미중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이와 관련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중국은 미중이 북한 비핵화를 다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을 향해 자국도 북한 비핵화를 지속 추진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고, 그에 대해 북한은 핵시설 공개 등으로 소리 높여 응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은 결국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쪽으로 타협을 봤다.
그뿐 아니라 중국의 동해 진출 문제, 군사협력, 외교 및 법 집행 분야 교류 강화를 비롯해 양측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언급들이 쏟아졌다.
이에 중국이 동북아에서 한미일 연대에 대응하는 북중러 결속 강화를 위해 북한과 전략적 동반자 수준의 관계를 맺으면서 북핵의 묵인을 넘어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북중 회담 전 북한이 보인 태도로 미뤄 볼 때 비핵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중국이 완강한 기존 입장, 즉 '북핵 불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동북아와 글로벌 역학 구도를 그려보는 중국 입장에서는 북핵을 인정할 경우 당장 일본이 핵무장을 선언하고 나서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제 침략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잊지 않은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미국과 글로벌 전략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북핵이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이런 '핵 도미노' 현상이 코앞인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에 북한 비핵화를 내부적으로나마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결탁해 군사·안보 협력의 수준을 높여가는 모습을 중국이 마냥 지켜만 볼 수는 없기에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택하는 등 적절한 '관리 모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동북아 안보 역학 구도에 관심이 덜한 러시아가 '혈맹'이 되어버린 북한이 원하는 대로 대북 지원에 나설 경우 북핵 문제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 가능성을 중국이 우려한다는 것이다.
한국 외교당국 입장에서는 북중 간 화합 이면의 비핵화를 둘러싼 갈등을 고려하더라도 중국이 지금처럼 비핵화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 다시금 중국이 비핵화를 공개적으로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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