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과 증시 호황에 힘입어 올해 5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예상되면서 정부가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최근 세수 호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과 주식시장 활황에 힘입은 측면이 큰 만큼 현재의 호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다만 초과세수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과제를 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하는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를 열고 세입 여건과 취약부문 리스크 등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양호한 경기 여건 등으로 향후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대된 재정 여력을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미래 대비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단기 경기부양이나 현금성 지원보다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예상되는 초과세수 규모는 약 50조원으로 2021년(61조3000억원), 2022년(53조3000억원)에 이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과거 정부들은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국가채무 상환이나 세계잉여금 적립, 추가경정예산 재원 등으로 활용해 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민생 지원과 경기 부양에 상당 부분 투입됐지만 일회성 소비 진작에 그쳤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에 정부는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을 통해 AI·바이오·에너지·첨단제조업·방산 등 이른바 '포스트 반도체' 산업 육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들인 재원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종잣돈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로 인한 초과 세수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로 늘어나는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과 국가채무 상환 등에 우선 사용되도록 돼 있어 별도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초과세수를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과 지방교부세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기금이나 펀드를 조성하더라도 재원 운용 방식과 투자 대상, 성과 평가 체계 등을 둘러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정치권과의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 없이 재정 운용 체계를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래 대응 위해 초과세수를 재투자 하는 방향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재투자 대상 선정 과정에서 어떤 전문가 집단을 선정하는지와 정치적 영향을 배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과세수 활용을 위해서는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지방 재정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들이 이런 부분에 동의할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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