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창사 이후 첫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노조는 성과급 확대와 보상 체계 개선, 고용 안정 보장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에 돌입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파업의 명분과 실효성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직원 처우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성과급 중심의 요구가 현재 카카오가 직면한 기업가치 회복과 성장동력 확보라는 핵심 과제와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직원 보상 역시 중요한 경영 요소지만 장기간 주가 부진과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카카오에 보다 시급한 과제는 주주 신뢰 회복과 미래 경쟁력 강화라고 평가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이날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업무를 중단하고 집회에 나섰다. 노조 측은 "오전 11시 30분 기준 카카오 법인에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날 판교역 1번 출구 앞 광장에 모인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은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카카오 파업 승리로 단체교섭 쟁취하자", "무책임한 경영진은 퇴진하라", "고용안정 쟁취하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얼음물과 양산 등 참가자들을 위한 물품이 제공됐으며, 인근에 마련된 커피차에는 "고용불안·성과독점 경영진은 퇴진하라, 모두가 모든 것을 멈춰!"라는 문구가 게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후 조합원들은 판교 일대를 행진하며 고용 안정과 경영진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 참여했다. 노조는 지난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된 이후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파업을 최종 가결했다.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지급 기준과 보상 체계다. 파업이 공식화된 이후에도 노사는 한 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규모와 지급 방식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에 해당하는 약 1000만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와 함께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스톡옵션 대신 1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에게 RSU를 지급해 왔지만 노조는 이를 성과급과 별개의 보상 체계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매각과 분사, 구조조정 중단과 함께 고용 안정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RSU를 포함한 전체 보상 재원을 제시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가 제안한 보상 규모는 영업이익 대비 약 10.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노조 요구안이 현재의 경영 환경과 미래 투자 여력을 고려할 때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앞서 입장문을 통해 "크루(임직원) 성과 보상은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고려해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시장이 바라보는 카카오의 최우선 과제가 임직원 보상 확대보다는 기업가치 회복에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주가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 한때 17만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최근에는 4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업이 진행된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05% 하락한 3만7900원을 기록했다. 이는 52주 최고가 대비 4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카카오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주가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를 우선적으로 꼽는다.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와 신사업 발굴,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경쟁 심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주가가 장기간 부진한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과 주식 보상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를 기업가치 제고보다 임직원 보상 확대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 임직원 보상뿐 아니라 미래 투자와 주주환원, 신사업 육성에도 적절히 배분돼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요구가 직원 처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현재 카카오가 직면한 경영 환경과 시장의 기대를 고려할 때 보다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장기간 주가 부진과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성과급 확대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플랫폼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와 미래 투자 재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규모 성과급과 주식 보상이 추가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여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카카오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AI 경쟁력 확보와 기업가치 회복으로 보인다"며 "직원 보상 역시 중요하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모두 단기적인 보상 규모에 집중하기보다 기업가치 상승과 장기 성장이라는 공동 목표를 중심으로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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