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밖’ 택한 영화관···절박함이 낳은 ‘금기 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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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 택한 영화관···절박함이 낳은 ‘금기 깬’ 전략

이뉴스투데이 2026-06-10 15:11: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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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영화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한때 주말 여가의 중심이었던 영화관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OTT 확산과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로 관객 발길이 줄어들면서 극장업계가 상영관 밖으로 눈을 돌린 가운데 화장품 유통부터 팝업스토어, 콘서트·스포츠 중계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극장 관객 수는 1억609만명으로 집계, 전년 대비 1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관객 수(2억2098만명)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부 대작 흥행으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관객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부침이 길어지자 정부도 극장 살리기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부터 영화 관람 6000원 할인권 225만장 배포를 개시, 소비 진작을 돕고 있다. 이는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총 450만장의 절반에 달한다.

업계의 당면 과제는 단연 관객 감소다. 국내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된 데다 콘텐츠 부족, 관람 습관 변화 등이 겹치며 영화관을 찾는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기감은 업계 전략 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최근 화장품 유통사업 진출을 추진 중인 CJ CGV를 예로 들 수 있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을 넘어 해외 극장 네트워크를 K뷰티 체험·판매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선택의 배경에는 국내 극장 산업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CGV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2754억원, 영업이익 962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개선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상영 사업 회복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성과의 영향으로 진단한다.

국내 상영 매출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해외 극장 네트워크를 세계 수출 2위로 우뚝 솟은 K뷰티 체험·판매 거점으로 활용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 추진 역시 시장 지배력 확대라는 공격적 목표보다는 ‘비용 구조 개선’이라는 수비적 목적에 방점이 찍혀 있다. 

관객 감소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경쟁보다 비용 구조 개선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아이맥스, 돌비 시네마 등 프리미엄관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객 증가를 전제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보다 살아남기 위한 효율화가 우선 과제가 된 셈이다.

이에 영화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콘서트 실황 상영, 스포츠 경기 생중계, 브랜드 팝업스토어 등 과거 극장 사업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콘텐츠들이 이제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크린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던 공간이 소비와 체험을 결합한 복합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불황 타개를 위해 극장가가 선택한 비용 절감 방식이 오히려 장기 전망을 어둡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화관의 경쟁 상대가 더 이상 다른 극장이 아닌 현실 속 공간 확장보다 관람 경험 자체를 재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셀프화·무인화 확산으로 고객 접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화관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함께 보는 경험’마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적 몰입감과 차별화된 콘텐츠, 현장 서비스의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극장 산업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영화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공간의 역할을 재정의하지 못한다면 사업 다각화 역시 임시방편에 그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극장 산업은 OTT 확산과 인구 감소,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가 맞물리며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들어섰다”며 “대작 영화 한두 편의 흥행이나 할인권 지급 같은 단기 처방만으로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영화관은 과거 대형마트가 겪었던 변화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며 “오프라인 공간 자체의 필요성이 약해진 만큼 단순 상영관 모델은 점차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핵심 상권이나 해외 대도시에서는 영화관이 팝업스토어, 체험형 콘텐츠, K뷰티 쇼룸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어 어떤 경험,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느냐가 생존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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