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만기 연장을 통해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넘기고 있지만 누적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부담이 장기화되고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권과 건설업계는 사업성 중심의 선별 지원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연장된 PF 사업장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2026년 하반기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고금리 시기 PF 대출 만기 본격 도래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22~2023년 고금리 환경에서 조달된 PF 대출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만기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 4분기 만기 도래 PF 채권 잔액은 약 13조4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다수 사업장은 만기 연장과 대출 조건 변경 등을 통해 자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장이 반복될 경우 향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부실 해소보다 시기 조정에 가까운 조치로 보고 있다. 특히 분양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손실 인식이 특정 시기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PF 시장의 부담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상업용 부동산 경기까지 둔화되면서 사업장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지방 PF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상당수 사업장이 이미 토지 매입과 금융비용을 투입한 상태여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착공을 미루더라도 금융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누적되고 있으며 지역 경제와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공급 확대에서 선별 회수로 전환
금융권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사업 확대와 위험 분산을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사업장별 회수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 선별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사업성이 검증된 수도권 사업장은 비교적 자금 조달이 원활한 반면 지방이나 중소 규모 사업장은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자기자본비율 확대 등 건전성 규제 역시 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으로는 자금력이 부족한 사업장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유동성 확보와 재무 건전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는 PF 우발채무 축소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시장 전반의 부담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PF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PF 구조조정과 앵커리츠 조성, 미분양 주택 환매조건부 매입 등 다양한 안정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부실 사업장은 정리 절차가 진행되면서 시장 규모도 일정 부분 조정됐다. 그러나 지방 주택 수요 부진과 사업성 저하 등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과 시장 회복이 함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규 사업 위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PF 시장을 위기 국면보다 만기 연장을 통해 부담이 뒤로 미뤄진 상태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만기 연장은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부담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연장된 사업장들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시점이 2026년 하반기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은 이미 사업성 중심의 선별 지원 체계로 전환하고 있고 건설사들도 재무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은 사업장별 경쟁력에 따라 성과 차이가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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