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수술실 CCTV가 있었다면 뭐라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건강검진과 스케일링을 위해 동물병원에 맡겨진 네 살 말티즈 ‘멜로디’가 마취 직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호자 측은 멜로디가 사고 전날까지 애견 유치원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등 건강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술 당일 병원에서 마취 전 검사가 진행됐고, 보호자 측은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취가 진행된 직후 멜로디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보호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심폐소생술이 진행 중이었다. 멜로디는 결국 같은 날 오후 사망했다.
보호자 가족은 사고 이후 병원 측에 진료 과정 설명과 수술실 CCTV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호자 측은 병원으로부터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병원 측은 정상적인 의료행위와 조치가 이뤄졌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쇼크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과실을 부인하고 있고, 보호자 측은 현재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10일 이뉴스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반려동물 의료사고 의혹이 발생해도 보호자가 진료 과정과 사고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 의료기관에는 수술실 CCTV 설치·운영 제도가 도입됐지만, 동물병원은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행 수의사법 역시 수의사의 진료기록 작성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보호자의 진료기록 열람·사본 발급권이나 CCTV 원본 보관·제공 의무를 명확히 두고 있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동물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제한적이다. 수술이나 입원 치료 이후 반려동물이 사망하거나 실명, 상태 악화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도 보호자는 병원 측 설명과 일부 진료기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들은 CCTV 자료를 요청해도 확보하지 못하거나, 원본이 아닌 편집본만 제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지표에서도 반려동물 진료 관련 분쟁은 꾸준히 확인된다.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접수된 반려동물 의료·보험 서비스 피해구제 신청은 739건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상담 988건 가운데 의료행위 관련 민원은 463건으로 46.9%를 차지했다. 이는 진료비 관련 민원 408건(41.3%)보다 많은 수준이다.
현행 수의사법은 진료기록 작성 의무를 두고 있다. 수의사법 제13조 제1항은 수의사가 진료부나 검안부를 갖추고 진료·검안 내용을 기록한 뒤 서명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보호자가 해당 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받을 권리는 명시돼 있지 않다. CCTV 원본 보관·제공 의무도 별도로 있지 않아, 의료행위의 적정성이나 응급처치 시점, 사고 전후 상황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선 요구는 법적 절차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동물권변호사단체 영원은 지난달 5일 수의사법 제13조 제1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이 수의사에게 진료기록 작성·보존 의무만 부과하고, 진료계약 당사자인 보호자의 열람·사본 교부 권리는 명시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동물권변호사단체 영원은 진료기록을 의료사고 과실 입증뿐 아니라 2차 진료 의뢰와 펫보험 청구 등에 필요한 핵심 자료로 보고 있다. 사람 의료의 경우 의료법에 따라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교부 청구권이 보장된다. 반면 반려동물 진료에서는 보호자가 같은 방식으로 기록을 요구할 권리가 명확하지 않아 제도적 공백으로 거론된다.
지난 3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동물병원 진료 투명성 확보 및 운영 기준 통일을 위한 수의사법 등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에는 진료기록 누락과 사후 수정 가능성, 보호자의 기록 접근권 제한, CCTV 편집본 제공, 무자격 의료행위 개입 가능성 등이 개선 과제로 담겼다. 보호자 요청 시 진료기록 제공을 의무화하고, 반려동물 사망 시점과 응급처치 여부 등을 필수 기재 항목으로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의 반려동물 영업장 CCTV 의무 확대는 동물병원 진료 영역의 제도 공백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6월 2일 동물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라 기존 동물판매업, 동물위탁관리업, 동물미용업, 동물운송업, 동물장묘업에 더해 일반 펫숍, 동물생산업, 동물수입업, 동물전시업도 CCTV 설치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동물병원은 이번 의무 설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동물병원은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이 아니라 수의사법상 동물 진료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펫숍과 미용업, 위탁관리업 등에는 CCTV 설치 의무가 확대됐지만, 마취·수술·처치가 이뤄지는 동물병원 진료 과정에는 별도의 영상 기록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수의업계에서는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진료기록 원본 공개와 CCTV 원본 제공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 처치는 수의사가 직접 해야 하며, 무자격자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데 현장도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약 처방 내역과 진료기록이 그대로 외부에 제공될 경우 자가진료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기록 제공 범위와 방식은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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