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반도체 호황이 가린 한국 경제 민낯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KDI 보고서… 반도체 호황이 가린 한국 경제 민낯

폴리뉴스 2026-06-10 14:30:55 신고

[사진=AI생성]
[사진=AI생성]

2026년 6월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동향 6월호를 발표했다. 표면은 화려했다. 5월 총수출 877억 달러, 사상 최대. 반도체 수출 전년 동월 대비 182.5% 폭증. AI 서버 수요를 등에 업은 컴퓨터 수출은 309.8% 급등. 숫자만 보면 환호할 성적표였다. 그러나 KDI는 지난달 '경기 회복세'라는 평가를, 6월 보고서에서 '완만한 개선세 유지'로 바꾸었다.

이유는 반도체라는 단 하나의 성장엔진 때문이다. KDI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한국경제의 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4월 광공업 생산 전체 증가율은 1.5%였다. 반도체 생산만 따로 보면 13.0%다. 반도체를 빼면 나머지 산업은 사실상 역성장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수출도, 설비투자도, 생산도 반도체가 혼자 끌어올렸다. 한국 경제는 지금 단 하나의 엔진으로 날고 있다. 그 엔진이 강력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KDI가 주목한 것은 엔진의 출력이 아니라, 엔진 바깥의 것들이었다.

반도체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그 시각, 정유업계에서는 전혀 다른 숫자가 나왔다. 4월 석유정제 생산 전년 동월 대비 20.5% 급감. 5월 석유제품 수출 물량도 20.1% 폭락.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유 4사의 2분기 실적에 직격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유가 충격은 물가를 건드렸다. 5월 소비자물가는 3.1%로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 2.6%에서 0.5%포인트가 뛰었다. 더 깊은 문제는 4월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2.5% 상승하며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이후 2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찍었다는 점이다. 생산자물가는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2026년 하반기 물가 경로가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시장도 이상 신호를 보냈다. 환율은 1,507원에서 6월 들어 1,561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다. 국고채 금리도 같이 올랐다. 환율과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는 신호다. 237억 달러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의 환율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구조적 이상 징후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묵직한 숫자는 고용에서 나왔다.

3월 취업자 증가폭은 20만 6천 명이었다. 4월에는 7만 4천 명이 됐다. 한 달 만에 64%가 사라졌다. 20대 취업자는 19만 5천 명이 증발했다. 24개월 연속 하락이다. 제조업 취업자도 22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반도체는 호황인데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유는 구조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고도로 자동화된 공정과 극소수 고숙련 인력만을 필요로 한다.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 아무리 폭발해도, 1980~90년대 제조업이 보여줬던 광범위한 고용 유발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GDP 숫자를 치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노동시장을 살리기에는 구조적으로 무력한 반쪽짜리 엔진이다.

건설업은 18개월째 역성장이다. 그런데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최고치다. 공급은 침체인데 수요 심리는 오른다. 이 비대칭이 길어질수록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불씨가 된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1로 11개월 만의 최대 반등을 기록했다. 코스피 최고치 행진과 정부 지원금이 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4월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3.6% 감소했다. 2024년 2월 이후 26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설문지에 기입하는 심리는 낙관적이지만, 현실에서 지갑을 여는 실물 경제는 3%대 고물가와 고금리에 가처분소득이 잠식당하며 지출을 닫고 있다.

심리와 실물이 이렇게 크게 벌어질 때, 정책 당국이 심리 지표에 현혹되어 구조 개혁을 늦추는 것은 가장 위험한 실수다.

KDI가 '회복세'를 '개선세 유지'로 낮춘 이유는 하나다. 반도체 바깥 영역의 균열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만들어낸 부를 어떻게 정유·건설·고용·내수로 전이시킬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