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병과 마른오징어 한 마리는 과거 한국 술자리의 대표적인 풍경이었는데요. 그런데 요즘에는 그 위상이 다소 주춤해 보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요?
1970~9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는 오징어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잡혔습니다. 공급량이 많다 보니 가격도 저렴했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었죠. 자연스레 서민 술자리에서도 부담 없이 올릴 수 있는 안주가 됐습니다.
또 냉장시설이 충분하지 않던 시절에도 오래 보관할 수 있었고 운반과 유통도 편리했죠. 덕분에 마른오징어는 전국의 포장마차와 호프집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술집 입장에서도 마른오징어는 참 고마운 메뉴였습니다. 신선도가 중요한 생선이나 고기와 달리 잘 상하지 않는데다가 특별한 조리도 필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불에 살짝 구워서 마요네즈나 고추장과 함께 내놓으면 끝이었죠.
물론 맛도 술안주로 제격이었습니다. 짭짤하고 고소한 맛은 술과 잘 어울렸고 오래 씹어야 하다 보니 한 마리만 있어도 술자리가 꽤 오래 이어졌는데요. 적은 양으로도 오래 먹을 수 있는 안주였던 겁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프로야구와 호프집 문화가 퍼지면서 마른오징어의 인기는 한층 높아졌는데요. 그 시절 스포츠 경기를 보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와 마른오징어, 땅콩의 조합은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른오징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와 해양 환경 변화로 오징어 어획량이 감소해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인데요. 이제는 더 이상 가볍게 시킬 수 없는 안주가 된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술안주 취향이 바뀌기도 했는데요. 예전에는 마른오징어처럼 오래 씹을 수 있는 안주를 선호했다면 요즘은 먹태, 육포, 치즈 안주, 튀김류 등과 같이 다양한 맛과 식감을 가진 안주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가격 부담에 취향의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마른오징어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거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안주에서 지금은 추억의 안주로 변해 버린 마른오징어 운명, 연일 다이나믹한 등락을 거듭하는 요즘 우리나라 증시와 꽤 닮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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