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 현장의 로봇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로봇 구동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로봇 생산이 늘어날수록 해외 부품 수입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공급망 안정성과 부품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급률 수준 높아…핵심 부품은 수입 의존
10일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발표한 공급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 전반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내수 중심의 생태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로봇 생산 물량의 71.2%가 국내 시장 소비에 그치는 반면 로봇 강국 일본은 전체 출하량의 77.8%를 해외 시장에 수출하며 글로벌 점유율 1위(21.6%)를 달성했다. 글로벌 무대에서의 실질적인 지배력 차이가 극명하다.
이 같은 격차는 원천 기술과 부품을 다루는 이른바 '업스트림(소재)' 및 '미드스트림(부품)'의 공백에서 비롯된다. 국내 로봇용 모터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상당 부분은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밀 감속기와 제어장치 등 주요 부품 역시 일본과 중국 제품 비중이 높다.
완제품 제조 역량은 확대되고 있지만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여전히 40%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로봇 생산이 증가할수록 부품 수입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자부품 기업들도 성장성이 높은 로봇 시장을 미래 사업으로 보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패키지기판 등 기존 주력 제품의 적용 범위를 로봇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 전기 구동체 전문기업 알바 인더스트리즈에 투자하며 액추에이터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섰다.
LG이노텍은 로봇의 자율 주행과 인지를 담당하는 '비전 센싱' 영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피규어AI 등 글로벌 탑티어 로봇 제조사들과의 파트너십을 연이어 확보하는 한편 CTO(최고기술책임자) 산하에 전담 조직을 꾸려 플랫폼 기반의 반복 수주 체계를 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봇 산업 성장에 따라 기판과 광학부품 등 전자부품 수요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술력 갖춘 중소기업, 판로 확보 어려움
대기업들이 미래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기술을 개발해 둔 토종 중소·중견 부품사들은 현장에서 판로를 찾지 못해 고사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감속기 전문기업은 일본 업체가 주도하던 로봇용 정밀 감속기를 자체 개발하고 양산 체계까지 구축했지만 시장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완제품 대기업들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기존 일본·독일산 부품만 고집하거나,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산 사이에서 국산 신규 부품의 채택을 꺼리기 때문이다. 우수한 부품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직접 쓰이고 검증받을 수 있는 납품 실적 기회가 원천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로봇 산업이 진정한 제조업 강국으로 체질을 바꾸려면 정부와 기업의 투트랙 전략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로봇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완제품 기업과 부품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희토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체 기술 확보에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통합, 유지보수 서비스를 결합한 수출 모델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제시된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 프로젝트를 통한 초기 수요 창출과 금융·투자 지원 확대를 통해 국산 부품의 시장 진입을 돕고, 인증 제도 개선과 원자재 재활용 체계 구축 등 중장기적인 공급망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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