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국가 난제 푼다"…야심찬 K-문샷, 성공 열쇠는 '인프라·지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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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국가 난제 푼다"…야심찬 K-문샷, 성공 열쇠는 '인프라·지속성'

르데스크 2026-06-10 12:30: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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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범시킨 'K-문샷'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K-문샷을 통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연구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AI 연구에 필수적인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부족, 부처 간 협업 체계의 불확실성, 장기 사업의 지속 가능성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K-문샷이 한국 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선언적 목표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시스템 전반의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로 국가 난제 해결한다지만…인프라·데이터·인재 확보가 선결 과제

 

K-문샷은 정부가 AI를 활용해 과학기술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 차원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는 범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신약 개발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핵융합, 차세대 반도체, 양자기술, 우주기술,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전략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하며, 2030년까지 연구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고 2035년까지 12대 국가 미션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AI를 연구자를 위한 '과학 발견 엔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AI와 과학기술의 융합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DARPA와 ARPA-H를 중심으로 AI 기반 신약 개발과 첨단 국방기술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국가 차원의 AI 과학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 K-문샷 프로젝트 성공 과제.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다만 한국이 이러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선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AI 기반 연구개발은 일반적인 생성형 AI 서비스와 달리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와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신약 후보물질 탐색이나 핵융합 시뮬레이션, 차세대 반도체 설계와 같은 분야는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반복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고성능 GPU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안정적인 연구 데이터 플랫폼이 필수다.

 

그러나 국내 연구 현장에서는 여전히 컴퓨팅 자원 부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대학과 연구기관은 연구용 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연구 데이터 역시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통합 활용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K-문샷이 다루는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는 병원·연구기관·기업 간 데이터 연계가 필수지만 개인정보 규제와 기관별 데이터 관리 체계 차이로 인해 데이터 활용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숙제로 지목된다. 소재·반도체 분야 역시 기업이 보유한 핵심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AI 활용 범위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과제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자를 대규모로 확보하고 있는 반면 국내 과학 AI 분야는 아직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구 현장에서는 AI 전문가와 과학기술 전문가를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국 K-문샷의 성패가 AI 기술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연구 과제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연구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산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정권과 부처 넘어서는 국가 프로젝트 돼야

 

전문가들은 K-문샷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꼽는다. K-문샷은 2035년까지 추진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러나 국내 대형 연구개발 사업들은 정권 교체나 정책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방향이 수정되거나 축소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대규모 예산과 관심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반복됐다.

 

K-문샷이 목표로 하는 핵융합과 양자기술, 신약 개발, 우주기술 등은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들이다. 미국 DARPA가 인터넷과 GPS, 스텔스 기술 등 혁신 성과를 창출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고, 중국 역시 반도체와 AI 분야에 장기간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 과학기술계 안팎에선 K-문샷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 사업'이 아닌 '국가 혁신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반면 국내 연구개발 체계는 여전히 단기 성과 중심 평가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 수와 특허 건수 위주의 정량 평가가 연구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 난제 해결형 연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K-문샷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축적과 산업 파급효과, 국가 경쟁력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새로운 성과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처 간 협업 체계 역시 실효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K-문샷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우주항공청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는 구조다. 신약 개발과 핵융합, 반도체, 우주 분야가 서로 다른 정책 영역에 걸쳐 있는 만큼 부처 간 칸막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거라는 평가다.

 

민간 참여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다수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단순 협력 수준을 넘어 공동투자와 공동연구가 가능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예산만으로는 연구개발 규모와 속도 모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K-문샷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 사업'이 아닌 '국가 혁신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데이터 공유 체계 구축과 AI 인프라 확충, 연구자 자율성 확대, 장기 성과 평가제도 마련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K-문샷은 AI를 활용해 국가 혁신 역량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만 연구 인프라와 제도 개선 없이 목표만 제시한다면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느냐가 아니라 연구자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K-문샷의 성패는 AI 기술 자체보다 연구개발 시스템을 얼마나 혁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AI를 연구 현장에 도입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공유 체계와 연구 인프라, 연구자 자율성이 함께 확보돼야 AI가 실제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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