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비상근 겸직 관행 탓 "조직 장악력·책임성 결여" 지적
법조계 "공정성 시비서 자유로운 중립적 인사에 상근직 맡겨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상근화' 논의가 재점화했다.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비상근으로 겸직해온 탓에 선관위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내부 관리에 허점이 생긴 것 아니냔 지적에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앙선관위원장은 1963년 선관위 창설 이래 대법관이 겸직했다.
헌법상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위원들 중에 호선(互選)하게 돼 있다. 그동안에는 별도 선거 없이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 선관위원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문제는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직을 겸하면서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선관위 내부 통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서 선관위원장의 상근화는 선관위 개혁의 화두로 꼽혀왔다.
관련 논의는 2000년대 초반 17대 국회에서도 제기됐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선관위원장에게 막대한 권한이 집중될 수 있고, 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이나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친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과 달리 선관위원장은 비상임 위원 9인의 호선으로 선출되는 만큼 국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소쿠리 투표' 논란을 빚은 2022년 20대 대선과 이듬해 채용 비리 의혹 이후에도 선관위원장 상근제 도입 논의가 있었고, 22대 국회에서도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관련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4부 요인이 만난 자리에서도 상근직 전환 문제가 논의됐다.
법조계에서는 20년 넘게 공회전한 선관위원장 상근제 논의를 이제는 매듭지을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지금까지는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에서 '바지사장' 역할을 하다보니 내용을 잘 모르고 통제도 못 하는 경향이 생긴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원장을 상근화해서 더 책임을 지우면 문제가 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주인 없는 기업'처럼 선관위원이 1명 빼고 모두 비상임인데 위원장까지 비상임이다 보니 업무 파악은 물론 직원 문제점도 확인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상임 선관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현직이 아닌 전직 대법관을 선관위원으로 지명해 선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역 선관위원장 경험이 있는 한 고위법관은 "외국에서도 대법관 출신을 선관위원장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관이 사회에서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제일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선택한 선관위원 중 위원장을 뽑으면 정치색이 있는 사람이 선관위를 이끌 수 있다"며 "전직 대법관 중 정치적 중립성이 뚜렷한 사람이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중앙선관위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누가 되든 선관위를 제대로 개혁할 인물에게 차기 중앙선관위원장직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성과 중립성, 비용 측면을 두루 고려할 때 중앙선관위원장은 상근으로 하되 지역 선관위원장은 지금과 같이 지방법원장 또는 지원장·부장판사가 비상근 겸임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법관은 수시로 전보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지역 네트워크, 연고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지역 선관위 경험이 있는 또 다른 부장판사는 "지역선관위원장의 경우 공정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법관을 대체할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선관위원장을 겸하는 법관들이 더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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