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서면 발급 지연
시스템 개선·상생안 약속
의견 수렴 후 최종 확정
삼성중공업 CI
[포인트경제] 정부 당국이 하도급 계약서를 늑장 발급한 혐의를 받는 삼성중공업을 대상으로 제재를 내리는 대신, 기업이 스스로 피해를 구제하고 상생 방안을 이행하도록 하는 자율 시정 절차를 밟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던 삼성중공업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수용해 관련 과정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의혹이 있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거래질서 개선이나 피해구제책을 마련해 제출하면, 당국이 타당성을 따져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6월 대형 기획사 5곳에 적용된 이후 하도급법 역사상 두 번째로 동의의결이 가동된 사례다.
당초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조선소 내 사내협력사들과 선박 임가공 위탁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이미 실제 제조 및 탑재 작업을 시작한 이후에야 사후적으로 계약서를 발급한 행위를 포착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해 왔다. 삼성중공업은 통상 1년 단위로 큰 틀의 조선임가공 하도급 기본계약을 맺은 뒤 개별 물량이 확정되면 대금을 조율해 구체적인 계약을 맺어왔는데, 이 단계에서 서면을 늦게 발급하는 관행적 위법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은 당국과 법적 공방을 벌이기보다 중소 협력사들과의 상생 관계를 회복하고 거래 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해 지난해 12월 22일 공정위에 먼저 고개를 숙이며 동의의결을 요청했다.
삼성중공업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계약관리 전산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의무 도입, 임직원 및 협력사 대상의 준법 교육 확대, 원·하청 상설협의체 구축 등 꼼꼼한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이에 더해 협력사 근로자 복지 증진과 자생력 확보를 돕기 위해 총 113억 가량의 대규모 상생 재원 출연을 약속했다. 세부적으로는 연간 30억5000만원의 동반지원금 인상, 매년 52억5000만원 규모의 명절 귀향비 및 휴가비 신설, 숙련기술자 희망공제 사업 20억 투입, 공동근로복지기금 10억 증액 등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제안한 자진 시정안이 하도급 거래 질서를 회복하고 피해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개시 절차의 문을 열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구제책이 담길 수 있도록 잠정 동의안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상생 방안을 한층 더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세부 내용을 확정한 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 의결안을 위원회에 상정해 마침표를 찍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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