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반 두 번의 3분, 감독의 판단이 승부를 좌우한다
승부는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에서 갈릴 수도 있다
감독에게 주어진 두 번의 기회
[포인트경제]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고 32강 토너먼트가 도입되는 등 여러 변화가 예정돼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후반 각각 한 차례씩 실시되는 수분 보충 휴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북미 지역의 높은 기온과 선수 보호를 이유로 전반과 후반 중간에 약 3분간의 휴식 시간을 마련했다. 공식적으로는 수분 보충을 위한 휴식이지만 실제 경기 운영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경기가 네 구간으로 나뉘는 셈이다.
농구나 미식축구처럼 완전한 쿼터제는 아니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경기 흐름을 끊고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각국의 평가전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적어도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는 수분 보충 시간에 감독진이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모아 전술을 설명하거나 경기 운영 방향을 수정하는 모습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2021년 3월 한일전이 펼쳐진 요코하마 닛산스타지움ⓒ포인트경제
물론 모든 지시가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아니다. 선수 개개인에게 짧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롭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는 앞으로 중요한 차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이번 제도를 새로운 전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화이트보드 등을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전술을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강호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 축구는 경기 시작 전 세운 계획만으로 90분을 버티는 시대가 아니다. 상대의 압박 방식이 달라지면 수비 라인을 조정해야 하고, 공격 전개가 막히면 새로운 움직임을 주문해야 한다. 결국 경기 중 얼마나 빠르게 수정하고 대응하느냐가 승부를 좌우한다.
지난 2004년 그리스올림픽에서 붉은 악마들의 열띤 응원ⓒ포인트경제
한국 대표팀 역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능력만으로 월드컵을 돌파하기는 어렵다. 강팀일수록 작은 전술 변화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단 한 번의 지시가 승패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드컵의 수분 보충 휴식은 단순히 물을 마시는 시간이 아니다. 감독의 판단력과 선수들의 이해도, 그리고 팀의 조직력이 시험받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 확대 외에도 여러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VAR의 적용 범위가 확대돼 판정 정확성을 높이고, 교체 과정에서 시간을 끄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됐다. 또한 경기 중 치료를 받은 선수는 일정 시간 경기장 밖에 머물러야 하는 규정도 적용된다. 모두 경기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불필요한 지연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월드컵은 늘 새로운 변화를 실험하는 무대였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어쩌면 거창한 전술이 아니라 전·후반 두 번 주어지는 3분의 휴식일지도 모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누가 더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월드컵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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