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팎의 촘촘한 감지·치료 인프라를 확대하고 디지털 유해 환경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오는 2035년까지 청소년 자살률을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교육부는 지난 9일 국무조정실,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15개 관계부처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을 확정해 전격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올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인 ‘9대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의 첫 번째 결과물로,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정서적 고립 상태에 놓인 청소년들을 국가가 선제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정부는 이번 범정부 대책을 통해 지난 2025년 기준 10만 명당 7.2명(잠정치) 수준인 10대 청소년 자살률을 오는 2030년까지 6.5명으로 낮추고, 최종적으로 2035년에는 4.0명 수준까지 동결시키겠다는 중장기 정량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예방-감지-개입-회복-기반’으로 이어지는 5대 세부 추진 과제를 가동하고 부처 간 장벽을 허문 상시 협력 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유해 환경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자해·자살을 유발하는 온라인 정보 및 유해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스크리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자살 유발정보 모니터링 시스템을 과기정통부, 방미통위 등과 협력해 전격 도입한다.
또한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도구를 고도화하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가상 공간이나 자살 위험 지역을 상시 감시하는 체계를 다진다.
학교 안팎의 개입·상담 인프라도 대폭 체급을 올린다. 시·도 교육청 중심의 위(Wee) 클래스·센터의 기능을 전문화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 컨설팅하는 치료 연계망을 넓힌다.
적기 치료를 유도하기 위해 치료비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고위기 시도자나 자살 유족 등 고립 가능성이 높은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는 심리 부검 및 맞춤형 정신건강 통합 케어 서비스를 다부처 합동으로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고강도 범정부 대책이 발표되자 교육계는 정책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하면서도, 실제 학교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실효성과 행정적 부작용을 두고 엇갈린 반응과 우려를 동시에 쏟아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소중한 학생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역량 결집과 대책 발표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그러나 교총은 "감지와 개입, 회복 등 자살 예방의 모든 단계마다 학교와 현장 교원의 책임 및 의무만 비대하게 확대될 뿐, 실질적인 교원 보호 장치나 업무 과중 해소 대책은 턱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특히 "현재 위기 학생 급증으로 교내 상담 시설인 위(Wee) 클래스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외부 전문기관 확충에만 치중할 경우 일선 학교는 연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행정 서류 작성과 중대 사안 보고 등 과도한 행정 마찰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실제 정서위기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분별한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위험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법적 안착 장치와 절차 간소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사안의 본질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결과만을 통제하려는 표피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며 강한 톤으로 논평했다. 전교조는 "청소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선행학습과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그리고 친구와 협력하기보다 오직 한 번의 시험 결과로 인간의 가치를 낙인찍는 무한경쟁 입시 교육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교조는 이어 "한국 사회의 독보적인 학력 갈등 인식과 실패에 대한 공포 정치를 성찰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상담 교사를 늘리고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확대하는 식의 사후 통제 방식으로는 청소년 정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공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무한 서열화 경쟁 체제를 멈추고, 학생과 교사가 상호 유대감을 회복할 수 있는 따뜻한 학교 공동체 복원과 근본적인 대입 입시 제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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