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한 장이 시장에 오래 남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할인율이 높거나 혜택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이름이 소비자의 기억에 남고, 디자인이 브랜드를 각인시켰으며, 당시 사람들이 카드에 기대하던 효용을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어떤 카드는 카드사의 이미지를 바꿨고, 어떤 카드는 이후 업계 상품 기획의 기준이 됐다.
‘히트카드 공식’은 시장의 선택을 받았던 주요 카드 상품을 통해 카드업계의 변화를 되짚어보는 연재다. 해당 카드가 어떤 시장 환경에서 등장했는지, 소비자는 왜 그 카드에 반응했는지, 카드사는 그 상품을 통해 어떤 전략적 방향을 보여줬는지를 살펴본다.
발급량과 할인율 숫자 뒤에는 이름부터 디자인, 타깃, 혜택 구조가 함께 작동한다. 이번 시리즈는 카드 한 장에 담긴 카드사의 계산과 소비자의 선택을 따라가며, 카드업계의 상품 전략과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맞물려 변화해왔는지 읽어본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카드업계의 혜택 경쟁은 이미 정교화된 단계에 들어섰다. 높은 할인율과 폭넓은 제휴처, 업종별 세분화된 혜택은 이제 차별화 요소라기보다 기본 사양에 가깝다.
문제는 혜택이 촘촘해질수록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조건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전월 실적부터 할인 한도, 실적 인정 기준까지 고려해야 하면서 결제 순간마다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도 일상이 됐다.
혜택은 많아졌지만 체감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카드사들이 제시하는 혜택 구조가 정교해질수록 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부담은 소비자에게 남는다. 롯데카드가 로카(LOCA) 시리즈로 파고든 지점은 바로 이 피로의 지점이다.
롯데카드 로카는 혜택을 더 많이 나열하기보다, 혜택을 더 간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군이다. 두 장의 카드를 연결해 실적과 혜택을 공유하는 ‘세트 카드’ 구조는 로카를 롯데카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핵심 동력이 됐다.
로카의 차별점은 ‘연결’에 있다. 소비는 더 이상 한 장의 카드로 수렴되지 않는다. 생활비와 쇼핑, 구독과 교육비처럼 지출이 분화된 시대에 소비자는 여러 장의 카드를 병행한다. 로카는 이를 예외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고, 서로 다른 역할의 카드를 묶어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롯데카드는 오랫동안 유통 기반의 강점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로카는 계열사 할인 중심의 전통적 접근에 머무르지 않았다. 어디서 할인받을 수 있는가보다 고객의 소비 흐름 속에서 혜택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집중하며, 카드 상품의 설계 방식을 새롭게 제시했다.
유통 접점이 만든 기반, 그 위에 쌓은 확장성
롯데카드의 뿌리는 1989년 설립된 동양크레디트카드에 있다. 2002년 롯데그룹 편입 이후에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멤버십으로 이어지는 유통 생태계와 결합하며 성장했다. 소비자들이 롯데카드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롯데 유통 채널의 혜택을 연상하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다.
이런 유통 기반은 지금도 롯데카드의 중요한 자산이다. 현재는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니지만 롯데쇼핑과의 관계, 그리고 유통·멤버십 채널과의 접점은 여전히 생활 소비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하이마트, 롯데멤버스는 소비자의 쇼핑과 포인트 적립 동선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가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접점이다.
주목할 점은 롯데카드가 이 강점을 단순한 계열사 할인 혜택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근 전략의 중심은 유통망 자체보다 그 위에서 어떤 소비 경험을 설계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할인처의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의 다양한 지출을 어떻게 연결하고 조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된 것이다. 유통망이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면, 로카는 그 위에서 혜택의 구조를 재설계한 사례에 가깝다.
로카, 카드를 묶어 혜택을 설계하다
2020년 출범한 로카는 출시 3년여 만에 400만 장 이상의 발급 실적을 기록하며 롯데카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두 장의 카드를 함께 사용하는 세트 카드가 전체 발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며, 로카 성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로카의 경쟁력은 높은 할인율보다 상품 구조에 있었다. 대부분의 카드가 한 장에 다양한 혜택을 담으려 했다면, 로카는 서로 다른 역할의 카드를 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객은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춰 카드를 선택하고, 이용 실적과 혜택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카드 이용의 복잡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떤 카드로 결제해야 실적이 인정되는지, 할인받은 금액이 실적에서 제외되는지 등을 따져야 하는 기존 카드 사용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카드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혜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의 관리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로카는 혜택 자체보다 혜택을 이용하는 경험을 개선하는 데 주목했다.
로카의 의미는 소비를 한 장의 카드로 집중시키는 대신, 이미 다중화된 소비 현실을 상품 설계에 반영했다는 데 있다. 생활비와 쇼핑, 고정지출과 여가 소비가 분리된 환경에서 카드 역시 역할별로 나뉘어 사용된다는 점을 전제로 삼은 것이다. 카드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의 카드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방식의 전환이었다.
브랜드 전략도 기존 롯데카드와는 결이 달랐다. ‘LOtte CArd’의 약자를 딴 ‘LOCA’는 개별 상품보다 브랜드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며 통합된 상품 체계를 구축했다. 유통 계열 혜택 중심으로 인식되던 롯데카드는 로카를 통해 상품 구조와 사용 경험을 강조하는 브랜드로 무게중심을 옮겼고, 로카는 그 변화를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라이킷·365·머니…소비를 세분화한 브랜드
로카의 확장은 상품 수의 증가가 아니라 소비 해석의 정교화에 가깝다. 세트 카드가 구조를 연결하는 역할이라면, 라이킷·365·머니·나누기 등은 소비를 생활 단위로 세분화한 결과물이다.
로카 라이킷(LOCA LIKIT)은 배달앱, 스트리밍,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소비 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복잡한 조건보다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영역에 혜택을 집중해 체감 효율을 높였다.
로카 365는 공과금, 관리비, 통신비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고정지출을 겨냥했다. 이벤트성 소비가 아닌 생활비 자체를 관리하는 구조로 설계된 생활 밀착형 카드다.
로카 머니와 로카 나누기는 카드 결제 이후 영역으로 확장된다. 결제 부담을 분산하거나 자금 운용의 편의성을 높이며 카드 기능을 금융 관리 영역까지 넓혔다. 최근에는 전문직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로카 프로페셔널까지 더해지며 상품 외연도 확장되고 있다.
로카가 소비 패턴의 세분화라면, 디지로카는 혜택 구조의 단순화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축이다. 디지로카 London, Paris, Monaco 등은 복잡한 실적 조건을 최소화하고 직관적인 할인 구조를 앞세워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했다. 로카가 조합의 전략이라면, 디지로카는 단순성과 접근성을 강조한 상품 체계다.
프리미엄 영역에서는 애비뉴엘 카드와 로카 프로페셔널이 별도의 축을 형성한다. 애비뉴엘은 롯데백화점을 기반으로 쇼핑과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고급 경험을 제공하며, 로카 프로페셔널은 전문직과 고소득층을 겨냥해 실적과 혜택 구조를 재설계한 상품이다. 생활형 소비부터 고소득·프리미엄 수요까지 각기 다른 고객층을 세분화해 대응하는 구조다.
롯데카드의 전략은 하나의 히트카드에 의존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로카가 소비 패턴에 맞춘 구조화를 담당하고, 디지로카는 단순한 사용 경험을, 프리미엄 상품은 상위 고객층을 각각 겨냥한다.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상품군이지만 공통적으로는 복잡해진 카드 이용 구조를 어떻게 단순화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로카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혜택의 양을 늘리는 경쟁이 아니라 혜택을 더 쉽게 조합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경쟁이다. 로카의 성장은 카드 상품 경쟁의 기준이 많이 주는 것에서 잘 쓰게 만드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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