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 일은 똑같이 하는데 권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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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00:00 기준

"특수고용 노동자, 일은 똑같이 하는데 권리가 없습니다"

프레시안 2026-06-10 09:17: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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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경제뉴스N시선'의 안진이 독립연구자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번에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과 공동으로 기획한 인터뷰를 통해, 노동법 밖 다양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현장의 업무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서부터 어떤 법적·제도적 변화가 필요한지까지, 자세히 들어봤다.

1. 현장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김인식(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지부장, 이하 '식'): 일반 직장인들과 똑같이 8시 정도에 출근해요. 출근하면 대기하다가, 출동 업무를 하고 오후 7시쯤 퇴근합니다. 오후 6시나 6시 반에 사고 출동을 하게 되면 퇴근이 늦어지고, 만약 큰 사고나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밤새 머무르기도 합니다. 이 업무는 24시간, 365일 돌아가기 때문에 당직도 있어요. 제가 오늘 당직이라고 치면 낮 12시에 출근해서 내일 19시경에 퇴근합니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사측과 단체협상을 통해 주 60시간까지로 구두 합의한 적도 있었어요. 이동 거리는 수도권의 경우 3~4km 내외가 대부분이고, 외곽 지역은 20~30km까지도 갑니다.

주된 업무는 사고 현장에 나가서 조사하는 일입니다. 현장에서 다친 사람부터 챙기고, 교통 통제도 하고, 차량 견인 조치하고, 119와 112에 신고도 합니다. 경찰이 늦게 오거나 하면 저희가 떠맡는 일이 더 많아지죠. 사망 사고는 하루가 꼬박 걸리기도 합니다.

오수영(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지부장, 이하 '영'): 보통 학습지 선생님들은 월요일과 수요일에 10시쯤까지 출근해서 조회를 해요. 회사의 지침을 공유하고 영업 교육, 신상품 교육, 신입교사 교육 등을 진행하죠. 수업은 학교가 끝나고 오후 3시 반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저의 경우 어제 3시 20분에 수업을 시작해서 10시 반에 끝났어요.

보통 학습지 선생님은 자기 지역이 있어요. 아파트라면 지하 주차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저는 넓은 지역의 주택가에서 차량으로 계속 이동해요. 어제는 하루 동안 10가구를 방문했어요. 방문해서 아이들 가르치고, 이동하고, 이게 주로 하는 일이죠.

학생은 요즘 전 연령으로 확대되어 있지만, 유아와 초등이 제일 많습니다. 아이들이 5시 이후에 많이 오거든요. 그 시간대에 수업이 몰리니까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요즘은 학령인구 자체가 줄어드니까 수업과 수업 사이 공백이 늘어나서 선생님들이 고충이 있어요.

김순옥(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이하 '옥'): 가전제품 방문점검원도 대부분 9시부터 일을 시작해요. 실제 출근은 8시 반에 하기도 하고, 간혹 아침 일찍 점검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있으면 7시부터 움직이기도 해요.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같은 가전제품을 관리하고, 필터도 갈아드리고, 영업도 합니다. 가전제품이 고장 나면 서비스 매니저들이 가서 수리하도록 해드려요. 우리도 저녁 6시쯤까지만 일하고 싶지만, 저녁에 와달라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아서 우리도 5시부터 8시 사이에 정신없이 바쁩니다. 또 고객과 시간 약속을 했는데, 방문한 시점에 고객이 없으면 난감하죠. 예전에는 잘 아는 고객들은 집이 비어 있어도 들어가서 점검했는데, 이제는 빈집 점검이 업무 해약 사유로 올라가서 그럴 수가 없어요.

2. 직접 대면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시기 때문에 일하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으실 텐데요. 예를 하나씩 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옥: 제가 현장에서 근무하던 시기에는, 독거노인 고객님들이 제가 방문하는 걸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냥 젊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 자체가 좋으신 거죠. 눈물까지 흘리면서 반가워하는 분도 봤어요. 같이 식사하자는 고객도 있었고요. 제가 두 달에 한 번 방문하는 날이 기다려지신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독거노인들의 경우 우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면 그분들을 한 번씩 챙겨드리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저를 반가워하실 때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고객들이 제품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하실 때도요.

영: 저의 경우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숫자 같은 것을 가르치긴 하지만, 그보다는 같이 놀고 좋은 자극을 준다는 마음가짐으로 갑니다. 학습지 선생님이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학생과 시간을 보내는데, 학생 입장에서는 누군가 오롯이 자기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은 선생님 재밌다면서 스티커 같은 거 붙여주고 그래요.

인지장애가 있는 학생을 담당한 적이 있는데, 학습지 선생님들은 그 친구가 할 수 있는 쉬운 과제부터 시작해서 동기 부여가 가능하거든요. 오랫동안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의 학습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요.

식: 작년에 사고 현장에 갔더니 고객님이 고령이셨고, 저희 어머니가 생각나서 잘 해드렸거든요. 조사가 끝나고 나서 그분이 제 두 손을 꽉 잡으면서 진짜 고맙다고 하시는 거예요.

간혹 대형사고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잖아요. 그러면 큰일이 마무리되고 나서 '그때는 경황이 없었는데 정말 고마웠다'면서 만나자는 분들도 있어요. 커피 쿠폰을 보내는 분도 있고요. 가장 힘들 때 우리가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극한 상황일 때 우리가 가는 거니까요.

옥: 도움이 많이 되지요. 저도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사고조사원이 오셔서 괜찮은지 확인하시고, 전화도 걸어주시니 마음이 놓이고 너무나 감사하더라고요.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 중인 오수영 지부장의 모습. ⓒ오수영

3. 어떤 계약을 체결하시나요? 계약서에 부당한 조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측이 홍보하는 문구 또는 이미지와 현장 실태가 가장 다른 점은?

식: 가장 큰 문제는 계약해지 사항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회사에서 경고장을 보내거든요. 그런데 그걸 2회 이상 받으면 해지 사유가 되는 거예요. 이런 식의 해지 사유가 너무 많아요. 모든 민원이 조사원 잘못은 아니거든요. 억울한 경우라고 해명해도 회사는 무조건 고객 위주로 처리해요. 연 단위 평가에서 최하위 5%는 재계약을 안 해주거든요. 그러니까 고객의 전화를 바로 받아야 하고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와도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거죠.

회사의 홍보 문구는 좋은 내용이 많아요. 선제적으로 AI 시대 미래를 준비해서 고객의 더 나은 생활을 돕겠다는 거죠. 그렇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우리는 그냥 돈벌이에 사용되는 도구 아니냐고 말합니다. 옛날에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서비스'라고 홍보했거든요. 그러면 누군가가 24시간 잠 안 자고 일한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바로 우리인 거죠.

영: 학습지 회사들은 교사를 모집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돈도 벌고, 시간이 자유롭고,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홍보해요. 그런데 실제 현장은 다릅니다. 젊은 교사는 거의 없고 주로 50대 중후반이 남아 있는데, 예전에 쌓아둔 수수료 포인트(누계) 덕에 그나마 버티는 거죠. 신규 교사는 수업도 적고 수수료율도 낮아 금방 그만둡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요.

계약서상의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에게 회비 수납 의무를 부과한다는 겁니다. 2010년대 이후로 카드 결제와 자동이체 시스템이 도입되어 교사가 수금할 일이 없는데도, 위탁계약서상에는 교사에게 회비 수납의 의무가 있다고 되어 있어요. 이 조항이 어떻게 악용되는지 볼까요? 학습지 회원이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는데, 회사에서 숫자를 맞춰야 한다면서 퇴회 처리를 안 해주면 그 회비를 교사가 대신 내야 하는 거예요. 이 구조가 학습지 부정 영업의 근원입니다.

옥: 교사들에게 그 돈을 대납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가전 방문점검의 경우 고객 미수금은 채권으로 넘어가거든요. 1년 내로 고객이 돈을 안 내면 우리가 받았던 영업 수수료는 도로 가져가지만, 고객이 안 낸 요금을 우리가 대신 내지는 않아요.

우리도 위탁계약서에 부당한 조항들은 있어요. 해약 사유가 수십 가지인데, '회사 명예 실추'처럼 기준이 모호한 것들이 많거든요. 실제 사례를 들자면, 개가 너무 짖어대서 분리해 달라고 했는데 고객이 화를 내고 나중에 소금까지 뿌렸어요. 그 상황에서 나온 욕설 한마디로 클레임이 걸렸어요.

청호·쿠쿠 같은 곳은 입사 시 급여에서 수백만 원을 책임 이행 보증금으로 떼어놓아요. 이자도 없이 20~30년을 회사가 보유하다 퇴사 후에야 돌려줍니다. 그리고 청호는 계약이 매월 갱신되는 시스템이에요. 월초에 회사가 계약서를 제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해지가 되어버리는 거죠.

▲집회에 참석한 김인식 지부장의 모습(오른쪽). ⓒ김인식

4.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의 대가는 온전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했는데요. 업무와 관련된 이동 시간, 대기 시간, 헛걸음 등에 대해 온전한 보상이 지급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식: 우리는 출동이 없으면 대기를 해야 하잖아요. 대기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에는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니까 이게 완전한 공짜 노동이에요.

다음으로 사고 조사가 끝나도 고객들에게서 계속 상담 전화가 오거든요. 고객 응대를 하면서 보상 상담이나 사고 상담을 하는 것도 엄연한 노동인데, 회사에서는 무조건 출동을 나가야 출동비를 계산하거든요. 그러니까 응대도 공짜 노동이 되죠. 고객 응대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나지 않고 수십 통까지 이어지기도 해요.

업무에 필요한 비용도 고스란히 노동자 부담입니다. 무제한 통신 요금제, 자차 유지비·수리비·보험료 할증·유류비, 고속도로 통행료, 식대, 안전 장비까지 모두 개인이 부담합니다. 주차비는 3,000원을 넘어서면 개인 부담이고요. 사업주 입장에서는 3.3% 계약으로 출동비만 지급하면 그만이니, 엄청나게 좋은 거죠.

옥: 코디와 코닥은 하루에 13집 정도를 방문하고, 계정 단위로는 18개 정도 처리합니다. 그런데 회사가 계속해서 지국을 축소하니 우리의 이동 거리가 점점 늘어나요. 강원도에서는 제품 하나를 점검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경북 지역은 동네들이 드문드문 있어서 하루에 몇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해요.

그리고 예약 장소에 갔는데 고객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몇 번씩 헛걸음을 하기도 해요. 그래서 지속적으로 회사에 요구한 결과, 재작년 단체협약에 헛걸음 수당을 넣었어요. 큰 금액은 아니지만, 우리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회사가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영: 학습지 쪽은 업무상 비용에 대한 보장이 아예 없어요. 휴가비 1년에 5만원, 이거 하나죠. 방문점검원들의 헛걸음 보상 같은 사례가 있다고 우리도 회사에 이야기하긴 합니다.

또 방문 학습지 교습 말고, 코로나 이후로 학습지 회사에서 온라인 수업을 만들었거든요. 구몬의 경우 선생님 방문 수업도 받고 온라인 수업도 하는 저렴한 상품을 만든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낮에는 방문 수업을 하고 늦은 밤이나 주말에 온라인 수업을 하고, 이런 식으로 일하는 시간이 한없이 늘어납니다. 온라인 수업하는 아이들이 많으면 그나마 괜찮은데, 단 1명만 신청했어도 회당 40분의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1명분의 수수료를 받으면서요. 공짜 노동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5.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위험으로부터 실질적인 보호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식: 사고 현장은 무조건 위험합니다. 특히 고속도로 전용 도로가 가장 문제고, 심야 시간에는 위험이 더 커요. 언론에 안 나와서 그렇지 실제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도 많고, 저희가 제보한 사례 중에는 하반신을 못 쓰게 된 경우도 있었어요. 2차 사고에도 거의 100% 노출되어 있다고 봐야 해요.

더 큰 문제는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예요. 사망사고 현장이 계속 떠오르는데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남거든요. 2024년 녹색병원 실태조사에서도 우울증상이 약 68%, 고위험군이 약 10%로 나올 정도로 심각한데, 트라우마나 부상에 대한 보호나 예방 조치가 하나도 없어요. 산재보험 의무도 없었는데, 우리가 작년에 거리 행진도 하면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끝에 내년 1월 1일부터 산재보험 적용을 받게 되었습니다.

옥: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개물림 사고죠.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 무릎 연골 손상이나 허리디스크 같은 근골격계 질환도 자주 발생해요. 정수기나 비데가 높은 곳에 설치된 경우 내부살균 작업을 위해 사다리나 지지대를 밟고 올라가다 보니 낙상사고 위험이 있어요. 어두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차에서 급하게 내리다가 다치기도 하고요.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산재 신청 자체를 부담스러워해요. 치료를 위해 일을 쉬게 되면 수입이 끊기고, 복귀 후 고객 계정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하거든요. 특수고용은 병가 제도도 없으니 아파도 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영: 학습지 현장에서도 다양한 안전 문제가 발생합니다. 혼자 타인의 가정을 방문하는 일이잖아요. 처음 상담하러 가는데 집에 누가 있는지 모르니까 불안하기도 하고, 실제로 회원의 가족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어요. 그런데 매뉴얼이 없어서 이런 경우에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반려동물 물림 사고 사례가 있고, 바쁘게 움직이다가 계단, 주차장, 골목에서 넘어져 다치기도 해요. 때맞춰 식사하고 화장실 가기가 어려운 상황도 있고요. 정신적으로는 회사의 과도한 영업 압박과 부정영업 강요로 스트레스가 큽니다.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김순옥 지부장과 조합원들의 모습. ‘방문점검 노동자 생존권 보장’ 등의 문구가 보인다. ⓒ김순옥

7. 현장에서 업무지시는 누가 하고, 노동조건을 누가 결정하나요? 정부 관계자들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의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현장에서 정말 그렇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옥: 우리 방문점검원에게 붙은 이름이 다 다르거든요. 청호는 플래너고요. 코웨이는 코디(여성)와 코닥(남성), 쿠쿠는 매니저, SK는 MC라고 불러요. 이렇게 부르는 이름이 회사마다 다르다는 건, 방문점검원들이 소속된 회사가 다 명확하다는 거잖아요. 아무도 우리를 그냥 '방문점검원님'이라고 안 부르거든요. 소속에 따라 코디, 플래너님 이렇게 부르는데 어떻게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업무 지시는 우리가 소속된 지국에서 받죠. 온종일 문자 오고, 전화 오고, 계속 영업 실적 압박이 있어요. 그리고 렌탈 5년이 지나면 고객이 재렌탈을 해야 하는데, 혹시 타사에 고객을 빼앗길까 봐 6개월 전부터 영업 독려가 들어와요. 단체 카톡방과 개인 메시지로 계속 뭐가 옵니다. 또 지국에서 복장에도 관여하고요.

영: 학습지는 계약 자체를 학습지 회사랑 합니다. 회사를 대리해서 지국장이 계약하지만 어쨌든 계약 주체는 회사인 거고요. 회사가 교육을 진행하고, 영업을 요구하고, 또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까지 매뉴얼로 전달해요. 동일한 방식의 학습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업무 지시를 하고요. 그리고 보통 학습지 회사에는 정규직 교사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정규직 교사들과 특수고용직 교사들이 일하는 게 다르지 않아요. 계약서 내용이 다를 뿐이죠.

그리고 학습지는 동종업계 다른 회사에 가서 일할 수 없어요. 눈높이 선생님도 하고 구몬 선생님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위탁계약서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거든요. 정부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종속성 같은 게 왜 문제가 되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회사에서 준 명함에도 '재능교육 스스로'라고 적혀 있어요.

식: 우리도 종속성이 확실합니다. 명함에 인쇄된 정식 명칭은 "애니카 사고 조사 에이전트"거든요. 현장의 업무 지시는? 당연히 회사가 하죠. 우리가 임의로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사고 출동 업무를 배정해 줘야 우리가 출동하는 거고요. 모든 기준, 모든 시스템을 다 회사가 정합니다. 우리는 정해진 앱에서 회사 시스템대로 정보를 입력해요. (앱 화면을 보여주며) 사고 접수부터 피해 조사, 현장 조사까지 정해진 양식대로 우리가 입력을 합니다. 이걸 토대로 보상팀에서 어떤 사고라고 판명하고, 그 모든 일이 회사의 업무 시스템에 따라 이뤄져요. 또 평가 기준은 누가 정하죠? 다 회사가 정하잖아요.

6.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사례는 상당히 많은데,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식: 예전에는 특수고용이라는 게 없었잖아요. 어느 순간부터 기업들이 이런 직군을 만들어서 근로기준법을 회피하기 시작한 거죠. 실제 노동은 똑같이 하고 있어요. 상용 근로자와 다른 점은 권리가 없다는 거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근로자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파견을 하고 있어요.

영: 같은 일을 하는데 권리는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권리가 없는 구조를 만들어낸 거죠. 같은 일을 하는데 수수료가 다르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학습지는 수수료가 35%부터 55%까지 20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요. 또 최근에는 영업 성과에 따라 (수수료율이) 요동치게 만들어 놨거든요. 그래서 어떤 달은 임금이 5% 감소했다가 다음 달에는 또 2% 정도 올라가고 하니까 삶을 계획할 수가 없어요. 이미 회원이 줄고 있어서 소득은 계속 감소하는데 그 소득마저 요동치니까 얼마나 불안정하겠어요. 일을 그만둘 때는 더 문제죠. 30년 이상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데도 작은 송별회조차 안 해요. 나갈 때쯤 되면 영업을 덜 하니까 사이가 나빠지거든요. 게다가 퇴직금도 없고 국민연금도 없고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이 아니라서 많이 내죠. 학습지 선생님들 실태조사를 해보면 우울감이 높아요. 현재와 미래가 다 불안하니까요.

▲2024년 학습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조사 결과. ⓒ오수영

옥: 저도 공감해요. 몇십 년 동안 회사를 위해 제품을 점검하고 영업도 뛰었는데, 그만둔다고 하면 원수처럼 되거든요.

또 몸으로 일을 하잖아요. 필터 뚜껑 하나 여는 동작, 제품 다루는 동작도 반복하니까 통증이 생겨요. 몇 년 일하신 분들을 보면 손가락이 뒤틀려 있어요. 관절염도 생기고요. 월말쯤 되면 병원을 순회하게 되는데, 그런 비용까지 생각하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합니다. 일을 그만둘 때도 퇴직금이 없고, 노후 준비도 안 되어 있죠. 급여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다음달에 내 수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겠어요?

식: 우리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다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네요. 최저임금 보장해 달라는 이유도 똑같아요. 기본급이 없으니 아파도 쉴 수가 없고, 매일 나와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항상 일만 하다 보니 내 삶이 없어요. 가족과의 삶도 없고요.

점점 많은 업종이 이런 식으로 특수고용으로 바뀌는데, 사실은 기업이 위장 도급을 통해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 의무도 회피하고 노조 리스크도 없애는 거죠.

옥: 회사들은 방문점검원 수를 늘리고 싶어 해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지인에게 영업하고 자기 집에도 제품을 하나씩 들여놓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일거리가 100개라고 치면 그 100개의 일을 10명이 하든 20명이 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인원이 늘어나도 특수고용이면 4대보험 같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1인당 일거리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인당 계정 수, 즉 최소 일감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에서는 그게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조건이니 안 된다고 하거든요. 업무상 비용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서 못 주겠다고 하고요.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해도 이런 식으로 가로막히니까,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일 빠른 해결책인 거죠.

7.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옥: 일거리는 점점 줄고, 영업은 더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코웨이의 경우 홈쇼핑에서 제품을 판매하는데 몇십만 원씩 선물을 주면서 팔아요. 반면 우리한테 주는 영업 수수료는 5~6만원(신규는 10만원) 수준이니 경쟁이 안 되죠. 그런데 일거리는 줄고 있으니 최소한의 임금 하한선은 정해달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동이나 대기 같은 공짜 노동도 많은데, 그것도 측정을 해달라는 거죠.

영: 최저임금 관련해서 우리는 업무 시간 산정이 쉬울 것 같아요. 심지어 주 60시간으로 업무 시간을 제한해 놨으니까요. 그런데 실제 수업하는 시간 외에 밖에서 대기하거나 이동하거나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이 없거든요. 노동시간과 대기시간을 묶어서 수식만 잘 만들면 (최저임금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도급제 노동자도 최저임금 제도 안에 포함되도록 하는 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이재명 정부도 최저보수제 이야기했잖아요. 적어도 지금 재능교육처럼 단계를 20개나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하게 만들고,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적게 버는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이 되게 하는 이런 구조는 바뀌어야죠. 일하면서도 가난하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옥: 그냥 일회용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는 지국에서 하는 미팅에 참석해야 하거든요. 표면적으로는 자율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미팅에 들어가지 않으면 계정을 빼앗아가기도 해요. 그런데 이 미팅에 몇 시간씩 참가해도 보수가 하나도 없어요. 장소가 도심권이면 주차비도 비싼데 다 우리 부담이죠. 이런 부분들에도 수수료가 책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식: 일감이 보장이나 확정이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최저임금이라도 보장이 돼야 그나마 조금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겠죠.

우리 애니카 지부에서는 일단 최저임금은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80건이면 80건, 이렇게 기준을 만들어놓고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거죠. 그 이상은 수당으로 지급하든지 하고요. 어떤 날은 하루 한 건만 출동하고 귀가하고, 2건이나 3건 하더라도 비용 계산하면 하루에 10만원을 못 벌기도 해요. 점심, 저녁 먹으면 2만원쯤 들잖아요. 자동차 기름값 내고, 커피 한 잔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애니카지부 조합원들이 빗속에서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모습.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전면적용’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김인식

10. 현재 논의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실질적인 권리 보장보다 선언적 의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떤 의견이신가요? 만약 일하는 사람 기본법 대신 '이거 하나만 당장, 신속하게 바꿔달라'고 요구한다면요?

영: 회사랑 교섭을 해보면 알아요. 무슨 요구를 해도 법에 없어서 못 한다고 대답하거든요. 강제되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선언적인 성격의 법이에요. 법적 강제력이 없다면 기업들의 대응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당장 바꿔달라고 하고 싶은 것은 도급제 최저임금이죠. 그리고 우리 조합원들 국민연금 가입 안 하신 분들 정말 많거든요. 100% 자부담으로 가입해야 하니까요. 퇴직금도 없는데 국민연금까지 없으니 나중에 삶이 벼랑으로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위탁계약으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회사들 대부분이 대기업인데, 이런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직장가입으로 전환하는 거고요.

식: 지금도 4대보험 없이 일하는 사람이 천지입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이 안 된 사람도 많아요. 그래도 우리는 노조라도 있으니까 뭘 해보려고 시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영: 학습지 방문 교사들은 오래전부터 산재보험 적용을 받았어요. 그런데 법률상으로는 방문 직종이기 때문에 산재 적용이 되거든요. 그래서 온라인에서 수업하는 선생님들은 또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산재보험이 안 되면 고용보험도 안 되고요.

▲2025년 하반기 코디·코닥 방문점검원들의 산업재해 현황. 산재로 승인된 것만 72건이고, 유형별로는 '넘어짐'이 가장 많지만 '폭력행위(개물림 포함)'도 4건이나 있다. ⓒ김순옥

옥: 일하는 사람법은 "노력한다"는 문구만 있고, 국민연금이나 산재보험에 대해서는 어떤 보장도 없이 그냥 협의하거나 규정에 따르라고 되어 있는데 왜 그 법이 제정되어야 뭔가 보장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비정규직처럼 하나의 굴레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사실 우리도 '특고'라는 명칭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굴레에 갇히게 된 측면도 있거든요.

또 하나, 우리가 일하면서 다양한 위험에 부딪치는데도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못 받아요. 폭우나 폭염에 이동노동자 보호 조치를 요구해도 우리는 산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니까 막히고요. 이런 것부터 개선이 필요하죠.

그리고 우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요. 담보대출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신용대출은 이자율이 엄청나게 비싸고요. 이런 문제부터 정부가 들여다보고 바꿨으면 합니다.

식: 실질적인 걸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만 해도 원래는 근로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사업소득세를 내고 있잖아요. 그리고 산재보험 적용받는 사람이 늘어나면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거잖아요. 4대보험을 예외 없이 적용하면 정부 재정도 더 튼튼해지겠죠. 선언만 하는 법 말고 이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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