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포문을 열게 만들 발행어음 인가가 지연되고 있다. 증권사 자본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탄탄한 자산관리(WM) 기반은 수익 버팀목이다.
비슷한 체급인 증권사 상당수는 해당 인가를 받아 삼성증권은 후발주자가 된다. 다만 인가는 시간 문제다. 삼성증권은 차기 주력 사업인 IB와 해외사업 부문이 개선되고 있다.
리테일 고객 자산 500조원 눈앞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삼성증권 초고액자산가 점포 검사 중 일부 영업점에서 불건전 영업행위를 발견해 일부 영업정지 제재안을 의결하고 금융위에 넘겼다. 제재안은 이달 중 금융위에서 확정될 전망이나 발행어음 인가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초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심의했으나 같은 달 29일 심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이 인가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내부통제를 중요하게 보면서 제재 결정 전 인가를 내주는 데 부담을 느꼈을 거란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관련 사업이 속도를 내긴 어렵게 됐지만 실적은 WM을 중심으로 견고하다. 삼성증권은 리테일 고객 자산이 올해 1분기 기준 495조6000억원으로 500조원에 육박한다. 동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7조1227억원, 4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7%, 81.5% 오른 수치다.
발행어음 개시 뒤처져도 경쟁 여력
삼성증권은 현재 자기자본이 8조680억원으로 발행어음 사업 요건은 이미 충족하고도 남은 상태다. 지난 2017년 일찌감치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자기자본 4조원대로 초대형 IB 요건을 갖췄으나 단기금융업 인가 지연으로 발이 묶였다.
그 사이 체급이 유사하면서도 자본 규모가 소폭 작은 KB증권이 2019년, 하나·키움·신한증권이 지난해 말 잇달아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인가를 얻은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8조원 지정으로 종합투자계좌(IMA) 판매까지 나선 상황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준비된 자본력에도 후발주자가 되는 수순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IMA 사업자는 발행어음을 포함해 IMA로 최대 3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 사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발행어음 인가 지연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조바심을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지만 삼성증권으로서는 당국 발표를 기다리는 일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다행인 건 당국이 증권사에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인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인 문제라는 점이다.
IB·해외 부문 개선세
여전히 WM 부문은 견고한 상황에서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로 사업 날개를 달기 전 작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차기 개선 과제로 꼽히는 IB와 해외사업 부문 움직임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는 양상에서다.
수익 구조에서 WM은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이지만 삼성증권은 올 1분기 IB 부문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6.5% 오른 718억원으로 개선됐다. 화성코스메틱스 인수금융,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등을 맡으면서다. 구조화금융 수익은 634억원으로 IB 수익에서 가장 큰 비중이었다.
해외영업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주식 중개 업무를 영위하는 홍콩, 런던, 뉴욕 3개 현지법인이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당기순이익 24억원을 거뒀는데 최근 주목된 건 개인 투자자 관련 행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글로벌 대형 온라인 증권사인 ‘인터랙티브브로커스(IBKR)’와 손잡고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개시해 해외 개인 고객을 상대로도 리테일 강점을 살릴 전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지연 관련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발행어음) 없이도 실적이나 이런 부분들은 잘 나오고 있기는 하다”라며 “언제가 됐든 될 수 있는 부분이니까 기다리고 있고 아직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판단할 수 있다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면서도 “인가가 나면 은행 예금보다 조금 더 좋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형태가 되고 운용도 잘해야 되는 부분인데 이마저도 다 순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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