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해자 진술 신빙성 배척…"허위 진술 동기 여부 수사 안해"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택시에 함께 탄 직장동료를 성추행한 남성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검사가 간접증거나 정황증거에 대한 충분한 보완수사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해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는 취지다.
10일 관보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성추행 피해자 A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가해자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했다.
A씨와 피의자 B씨는 직장동료 사이였다.
A씨는 2024년 6월 함께 술을 마신 뒤 귀가를 위해 탄 택시에서 B씨가 자기 목을 팔로 감아 끌어당기고 추행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B씨는 A씨와 통화에서 '미안하다.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이에 A씨는 택시 기사에게 연락하고자 B씨에게 택시 결제내역을 요청했다.
B씨는 택시 기사에게 먼저 연락해 피의사실 목격 여부와 블랙박스 영상 존재 여부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경찰에서 "택시에서 잠들었고 피의사실은 확실히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택시 기사는 경찰에서 추행을 목격하지 못했고 그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씨는 '피해자의 입술에 입을 맞춘일이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거짓말 탐지 결과 거짓 반응으로 나왔다.
경찰은 A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B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A씨 진술의 신빙성을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고, 검찰이 B씨의 진술 번복 경위나 진술의 모순 여부를 충분히 고려해 A씨 진술 신빙성 판단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씨와 단둘이 술을 마실 정도로 상당히 친분이 있는 사이였던 A씨가 갑자기 허위로 진술할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이유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검찰은 A씨가 B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있는지 등에 관해 보완 수사를 요청하지 않은 채 사소한 사항에 관한 진술에 다소 일관성이 없다는 등 사정만으로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자의적 증거 판단과 수사 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해 결론을 그르친 검찰권의 행사"라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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