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전국적 문제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선거인 수의 50% 이상을 인쇄하도록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투표소가 전국에서 1371곳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인쇄소에서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한국일보는 10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가운데 1371곳이 선거인 수 대비 투표용지 인쇄 비율 50%를 밑돌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전체 투표소의 9.6% 수준으로 전국 투표소 10곳 중 1곳꼴이다.
중앙선관위는 각 지역 선관위가 선거인 수의 50~100% 범위 안에서 투표용지 인쇄량을 결정하도록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투표소가 대규모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371곳 기준 미달…송파구는 88% 넘어
자료에 따르면 인쇄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동구 수정5동 제2투표소와 전남 여수 시전동 제4투표소였다. 두 투표소 모두 선거인 수는 2197명이었지만 실제 인쇄된 투표용지는 1000매에 그쳐 인쇄 비율이 45.5%에 불과했다.
광역지자체별로는 세종시가 가장 심각했다. 전체 86개 투표소 가운데 67곳이 기준 미달로 집계돼 비율이 77.9%에 달했다. 인천은 746개 투표소 중 312곳으로 41.8%를 기록했다. 이어 광주 30.0%, 전북 23.7%, 서울 13.5%, 경기 5.6%, 부산 2.7%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성북구와 광진구, 송파구에 기준 미달 투표소가 집중됐다. 성북구는 전체 투표소의 99.0%, 광진구는 98.8%, 송파구는 88.4%가 선거인 수 대비 50% 미만 인쇄 투표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 뉴스1
투표 중단 사태 절반 이상이 '50% 미만'
실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 상당수도 기준 미달 인쇄 투표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 분석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한 전국 91개 투표소 가운데 42곳이 선거인 수 대비 인쇄 비율 50% 미만이었다. 비율로는 46.2%에 달한다.
특히 투표가 실제로 중단됐던 26개 투표소 중에서는 15곳이 해당됐다.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한 곳의 절반이 넘는 57.6%가 기준 미달 인쇄 투표소였다는 의미다.
가장 먼저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알려졌던 서울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는 선거인 수 4178명에 투표용지 2000매만 인쇄해 비율이 47.8%에 그쳤다. 개표 지연과 봉쇄 시위로 전국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잠실7동 제2투표소 역시 선거인 수 대비 인쇄 비율이 49.2%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00매 단위 절사 때문"…선관위 해명
선관위는 관리 편의를 위한 절사 규정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공직선거 절차사무 편람 등에 따르면 선거인 수가 1000명 이상인 투표소는 투표용지를 100매 단위로 인쇄하며 100매 미만 수량은 버리는 '절사' 방식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선거인 수가 3999명인 서울 송파1동 제4투표소의 경우 절반 기준으로는 1999매를 준비해야 하지만 실제 인쇄 과정에서는 99장을 제외한 1900매만 제작됐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달 18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인쇄소에서 북구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인쇄된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선관위는 이 같은 절사 방식이 투표용지 관리와 수량 파악을 쉽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잔여 투표용지가 지나치게 많이 남을 경우 관리 부담이 커진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절사 규정 때문에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사례도 확인됐다. 인천 연수2동 제4투표소는 선거인 수 2133명의 절반인 1066매를 인쇄했다면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1000매만 인쇄해 42장이 부족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제5투표소 역시 절사로 인해 줄어든 수량만큼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모의개표 실습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절사·절상 혼재…선관위 기준 논란
규정 적용의 일관성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부 투표소는 절사가 아닌 절상 기준을 적용해 투표용지를 넉넉하게 인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투표소는 전국적으로 4793곳에 달했다.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결국 어떤 지역은 100매 미만을 버리고 어떤 지역은 올려서 인쇄하는 방식이 혼재되면서 선관위가 스스로 만든 기준조차 일관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특검을 통해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 실태를 낱낱이 규명하고 책임자 문책과 제도 개선까지 이뤄져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선관위가 집계한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도 당초 발표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한 투표소는 전국 91곳으로 파악됐고 이 가운데 투표가 중단된 곳도 26곳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표소는 선관위가 정한 50%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 수량만 인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표용지 인쇄 기준과 실제 운용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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