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석유화학 진단] 美·이란 협상 교착…복잡한 정유업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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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석유화학 진단] 美·이란 협상 교착…복잡한 정유업계 셈법

한스경제 2026-06-10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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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로이터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미국과 이란 종전협상이 교착 조짐을 보이며 국제유가가 국내 산업계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와 이스라엘·레바논 전선 불안이 겹치며 원유 시장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재고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보고 있지만 고유가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경우 수요 둔화와 정책 압박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중동 긴장감 일부 완화 조짐…국내 산업계 영향 ‘촉각’ 

산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WTI는 배럴당 90.54달러, 브렌트유는 93.09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말과 비교하면 WTI는 3.6%, 브렌트유는 1.1% 올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전 거래일인 2월 27일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각각 35.1%, 28.4%에 달한다.

이달 첫째 주 국제유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긴장 재고조로 급등한 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조건부 휴전, 미국과 이란 합의 기대감에 일부 하락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가능성과 협상 지연 우려가 남아 있어 유가 하방 요인보다 공급 불안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모양새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은 단순한 군사 충돌 가능성만이 아니다. 미국은 이란에 협상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란은 동결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도 협상 분위기를 흔드는 변수다. OPEC+가 7월부터 생산량 목표를 일평균 18만8000배럴 늘리기로 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 차질이 이어질 경우 증산 효과가 시장 안정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원유가 있어도 운송로가 막히면 공급 안정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서는 고유가 국면은 물가와 비용을 동시에 자극하는 민감 변수다. 

항공업계는 항공유 부담이 직접 반영되고 물류·해운·운송업은 유류비와 보험료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석유화학업계도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을 받는다. 제품 가격이 같이 오르면 일부 스프레드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는 어렵다. 

소비 측면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은 가계 구매력을 낮추고 기업에는 운송비와 원재료비 부담을 준다. 고유가 국면이 정유사엔 단기적으로 이익이지만 산업 전반에는 비용 요인이란 점에서 파급력이 엇갈리는 셈이다.

국내 정유사 실적에는 이미 고유가 효과가 반영됐다.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6367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1조528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며 기존 확보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 가치가 올라갔고 등유와 경유를 중심으로 정제마진도 개선됐다. 

에쓰오일도 1분기 매출 8조9427억원, 영업이익 1조2311억원을 거뒀다.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1조39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크게 늘었다. 회사 측은 정기보수와 최고가격제 영향에도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효과와 래깅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 사업이 실적 반등을 견인했다. 회사 1분기 매출은 24조2121억원, 영업이익은 2조162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SK에너지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2832억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일회성 재고 관련 이익은 약 7800억원으로 집계됐다. HD현대오일뱅크도 정유 부문에서 908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 전사 실적을 뒷받침했다.

▲ 정유4사, 고유가 효과에 1분기 실적 개선…“공급망·마진 관리 전략 필요” 

정유사는 유가 상승 국면에서 재고이익을 얻지만 공급 정상화로 유가가 떨어지면 반대로 재고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정제마진도 원유 가격보다 석유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를 때 개선된다. 유가만 높고 제품 수요가 따라주지 않으면 마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유가 장기화로 항공과 물류, 산업용 연료 수요가 둔화하면 정유사 실적에도 부담이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역시 국내 소비자 가격과 기업 비용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정책 리스크도 또 다른 변수다. 고유가가 물가 불안으로 번지면 정부는 유류세 조정, 가격 안정 대책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공급 불안에 따른 마진 개선을 보면서도 소비자가 상승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향후 정유업계 흐름은 미국과 이란 협상 재개,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수송로 안정, 정제마진 추이 등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이 타결되면 유가는 안정될 수 있지만 재고이익과 마진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중동 긴장이 장기화되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노려볼 수 있으나 실물경제 부담과 수요 둔화, 정책 압박이라는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유업계에는 유가 상승에 의존하기보다 공급망, 마진, 재고, 수요를 함께 관리하는 방어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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