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박에도 원화 가치는 추락…환율 급등의 역설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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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대박에도 원화 가치는 추락…환율 급등의 역설이 던지는 질문

나남뉴스 2026-06-10 07:09: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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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수출이 잘되면 달러가 유입되고 원화 가치가 올랐다. 그러나 2026년 외환시장에서 이 오래된 공식은 완전히 깨졌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투자자금, 각국 간 금리 격차 등 외환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란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됐고, 불안감에 휩싸인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려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 지난 5월 고용지표가 예상을 크게 상회했고 서비스업 경기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높아 자금이 고금리 국가로 빠져나가면서 원화뿐 아니라 엔화와 위안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 전반이 동반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 급등도 역설적으로 환율 상승 요인이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며 올해에만 118조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매도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원화에 대한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해외자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거세지면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해외로 유출되는 흐름이 고착화됐다. 해외에 생산시설을 둔 수출기업들 역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환전하기보다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를 유지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화'가 되레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다만 현재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보유외환 부족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수출 호황으로 달러가 넘쳐나고 경제 체력도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2천50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작년 1천231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경제 기초체력 대비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이처럼 복잡해진 환율 방정식 앞에서 당국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과 연기금,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원화 수요가 줄어든 만큼, 달러 매도나 구두 개입 같은 과거 방식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제시된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제고 등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시장을 주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자본시장 개혁이 지체되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이 계속된다면, 수출 호황에도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 기업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투자하도록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장기적 처방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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