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60원 치솟고 코스피 8% 폭락…글로벌 금융위기 악몽 되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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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60원 치솟고 코스피 8% 폭락…글로벌 금융위기 악몽 되살아나나

직썰 2026-06-10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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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내 은행 환전소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내 은행 환전소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손성은 기자] 환율과 증시가 사정없이 요동치며 국내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60원선 턱밑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자 외환당국이 긴급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시장의 경고등이 켜졌다.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촉발된 환율 불안은 국내 증시의 심장부인 반도체주를 정조준했다. 원화 가치 급락과 위험회피 심리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를 대거 내던졌고 코스피는 한때 8% 넘게 급락했다. 

지난 9일 외환당국 개입과 반도체주 중심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시장 불안은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장기화와 반도체 조정 우려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환율 1560원 위협…중동전쟁이 키운 달러 강세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9원 내린 15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59.5원까지 오르며 1560원선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는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당국은 지난 8일 구두개입에 나섰고 국민연금도 선물환 매도를 재개했다. 급등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실제 당국 대응 이후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1500원대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는 중동전쟁이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도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시장은 유가 상승이 미국 물가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따라 달러 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원화 약세도 심화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은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가 핵심 배경”이라며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급락에 코스피 쇼크…외국인도 떠났다

환율 불안은 곧바로 국내 증시로 번졌다. 지난 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급락한 7484.41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큰 수준이다. 시장 충격이 커지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다.

증시 충격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었다.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 조정이 나타난 데다 중동전쟁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환율 불안이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 위험뿐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 급등하자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 비중 축소에 나섰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업종이 매도 대상이 됐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면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송금한다.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고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진다. 환율 급등이 외국인 이탈을 부르고, 외국인 매도가 다시 환율을 밀어 올리는 구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결합된 결과”라며 “반도체 업종 조정과 외국인 수급 악화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9일에는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며 코스피가 612.52포인트(8.18%) 오른 8096.93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와 반도체 대형주 반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도체주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만6500원(8.97%) 오른 3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30만8000원(16.12%) 상승한 221만5000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재현은 아니지만…시장 불안은 확대

환율이 요동을 치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론된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절하와 증시 급락이 위기감으로 번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과거 금융위기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당시에는 금융기관 부실과 신용경색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한 구조적 위기였다. 반면 현재는 중동전쟁과 국제유가 급등, 달러 강세가 촉발한 시장 변동성 확대 성격이 강하다.

국내 외환보유액과 금융회사 건전성 역시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개선된 상태다. 다만 환율이 최근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증시 역시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만큼 시장이 느끼는 체감 불안은 상당하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금융시스템 자체의 위기라기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위험회피 장세에 가깝다”며 “다만 중동전쟁 장기화와 반도체 조정이 이어질 경우 환율과 증시 변동성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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