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 피부에 가장 가까이 닿게 될 옷이 프라다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프라다가 런웨이가 아닌 달을 향합니다. 나사(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Artemis)를 위해 미국 항공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와 손잡고 우주인의 몸을 보호할 옷을 공개했는데요.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우주복 제작 과정에 직접 이름을 올린 것은 역사상 처음입니다.
프라다의 손에서 탄생한 우주비행사 옷
뉴욕 현지 시간으로 6월 7일, 액시엄 스페이스와 프라다가 만든 새로운 우주복 내의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행사는 맨해튼 소호의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렸는데요. 이번에 선보인 옷의 정식 명칭은 ‘액체 냉각 환기 의복(Liquid Cooling and Ventilation Garment)’, 줄여서 LCVG입니다. 전신 수트의 형태로 제작된 LCVG는 우주복 안에 가장 먼저 입는 이너웨어로, 우주인의 체온을 조절하는 핵심 장비입니다. 밝은 회색 원단이 몸에 밀착되는 실루엣을 만들고 한쪽 소매를 따라 들어간 가느다란 레드 스트라이프가 프라다의 존재감을 은은하게 드러내죠.
이 옷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프라다의 이름이 붙어서가 아닙니다. 달 표면은 섭씨 120도에서 영하 130도까지 오가는 극한의 환경인데요. 우주인은 그 속에서 최대 8시간 동안 우주 유영을 수행해야 합니다. 우주복 내부의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죠. 이때 LCVG는 몸 전체에 배치된 튜브를 통해 냉각수를 순환시키며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동시에 별도의 환기 시스템이 얼굴 주변으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며 이산화탄소를 걷어내죠. 여기에 프라다는 엔지니어드 니팅 기술을 활용해 부위 별로 원단의 신축성과 통기성을 다르게 설계하고, 3D 모델링을 통해 인체 움직임에 최적화된 핏을 구현했습니다. 장기간 반복 착용할 것을 고려해 향균 및 항진균 기능 갖춘 특수 소재도 적용했죠. 달에서 땀이 나도 냄새와 오염 걱정 없이 계속 입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외피를 넘어 내의까지, 우주복 진화의 중심에 선 프라다
사실 프라다와 액시엄 스페이스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역사적인 협업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액시엄 스페이스가 NASA 아르테미스 미션용 차세대 우주복 개발 파트너로 프라다를 선택하면서 두 브랜드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4년 밀라노 국제우주대회에서 마침내 첫 결과물, AxEM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 디자인이 베일을 벗었습니다. 두 팀이 함께 제작한 차세대 외피는 기존 우주복과 여러모로 달랐는데요. 과거 우주복은 부피가 크고 유연하지 못해 걷기조차 버거웠던 반면, AxEMU는 무게를 33kg으로 줄여 이전보다 약 25kg 가벼워졌으며, 유연한 소재를 사용해 활동성을 크게 높인 것이 장점이었죠. 특히 눈에 띄는 건 남성을 기준으로 뒀던 기존 우주복과 달리 여성의 신체 조건까지 고려해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그동안의 우주복은 사실상 여성 우주비행사들의 활동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이는 인류 최초의 여성 및 유색 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나사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디자인만 앞세운 협업은 아니었습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나사, 스페이스X와 함께 가압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나사 중성 부력 연구소에서 수중 테스트까지 거치며 700시간 이상의 검증을 차곡차곡 쌓아왔죠. 이에 그치지 않고 두 회사는 “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라며 다음 단계를 예고했는데요. 이번 LCVG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우주복의 외피를 다듬던 프라다가 이번에는 피부와 맞닿는 부분까지 손을 뻗은 것이죠. 나사가 20여 년 만에 추진하는 대규모 우주복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협업의 무대가 우주복 외부에서 내부로 한 겹 더 들어왔습니다.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패션 하우스
프라다가 우주복 개발에 뛰어든 건 생소하지만 의미있는 한 걸음입니다. 고성능 소재를 다루는 기술부터 인체에 밀착되는 정교한 패턴 메이킹, 반복 세탁과 착용을 견디는 내구성 있는 원단까지. 이 모든 것이 럭셔리 패션이 수십 년간 갈고 닦아 온 역량이기도 하니까요. 액시엄 스페이스 CEO 조나단 서테인(Jonathan Cirtain)는 “두 회사가 각자 독립적으로는 절대 만들어낼 수 없었던 것을 함께 만들어냈다”며 이번 협업의 의미를 짚어냈습니다. 항공우주 공학과 패션 하우스의 장인정신, 첨단 제품 개발 역량의 결합이 미래 우주 탐사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히 이번 LCVG는 나사의 아르테미스 4 임무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아르테미스 4는 2028년 달 착륙과 함께 인류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을 밟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럭셔리 패션 시장이 재편의 시기를 지나오고 있는 지금, 프라다에게 우주는 명품 브랜드를 넘어 새로운 정체성으로 뻗어 갈 무대입니다. 고기능 테크웨어로 쌓아 온 프라다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우주라는 혹독한 실험장에 뜨거운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프라다가 쏘아 올린 이번 도전이 패션 하우스의 역할을 어디까지 확장시킬지 기대됩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