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은 대표적인 수출 산업으로 꼽힌다. 음반과 굿즈(MD), 공연 매출 상당수가 달러와 엔화 등 외화로 발생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팬덤을 기반으로 한 앨범 판매와 온라인 스토어 매출은 같은 판매량이라도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환산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주요 엔터사들의 해외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해외 투어 아티스트를 다수 보유한 하이브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3년 64%(1조 3870억 원)에서 △2024년 66%(1조 4940억 원) △2025년 73%(1조 9166억 원)로 꾸준히 확대됐다. 총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뿐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기획사들도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해외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만큼 환율 상승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 역시 환율 상승이 엔터사의 실적 방어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해외 투어와 음반 판매, MD 사업에서 발생하는 외화 매출이 원화 기준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환율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환율 상승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연 사업에서는 상황이 다소 복잡하다. 월드투어의 경우 미국 공연 티켓 판매와 현지 MD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항공과 숙박, 무대 장비 운송, 현지 스태프 고용 등 주요 비용 역시 대부분 달러로 집행된다. 매출과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구조인 셈이다.
|
K팝 기획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해외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분명 있지만 공연 사업만 놓고 보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며 “대규모 투어의 경우 항공권이나 숙박비 등을 상당 부분 사전 계약하는 만큼 현재 환율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투어 횟수만 늘린다고 수익이 커지는 시대도 지났다고 보고 있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월드투어 확대 자체가 곧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면 지금은 비용 관리 능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며 “같은 규모의 공연이라도 물류와 운영 효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의 온도 차도 존재한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대형사는 외화 매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의 수혜를 일부 누릴 수 있지만, 해외 사업 비중이 낮은 중소 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환율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오히려 해외 촬영이나 콘텐츠 제작, 프로모션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고환율 시대 엔터업계의 성적표는 환율 자체보다 사업 구조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팬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외화 수익을 확보한 기업은 환율 상승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에게는 비용 부담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환율은 어디까지나 변수일 뿐”이라며 “결국 글로벌 팬덤 규모와 콘텐츠 경쟁력, 비용 관리 역량이 실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