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대부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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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대부도에서

경기일보 2026-06-09 19:16: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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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향이 초여름 산자락을 메우고 모심기가 끝난 밤 들판엔 반딧불이가 전설처럼 유희하며 절대 자유를 누리고 있다. 밀보리 익는 창포 필 무렵 어디라도 잠시 떠나고 싶다.

 

한때 여행에 인생을 저당 잡힌 시절이 있었다. 실크로드와 파미르고원으로 떠나 노마드한 삶을 배회하고 동경했다. 하지만 혼자 걷는 길에 의미를 잃고 삶이 전혀 엉뚱한 길로 들어서며 자연스레 주저앉아 살았다. 그 새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놀랍다. 가끔 작가들의 전시에서 흥성대고 가족 및 가까운 분들과 외식하고 쇼핑도 하며 소시민으로 산다.

 

일전엔 모처럼 설득해 가족과 근교 나들이를 떠났다. 바다로 가고 싶은데 멀리는 못 가고 겨우 간다는 게 대부도다. 전곡항은 뱃놀이축제라 출입을 통제했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질퍽한 갯벌이 눈에 잡혔다. 몽골의 초원에 대칭되는 아득한 해원은 비릿한 갯벌 멀리 윤슬을 반짝이며 가슴을 연다. 차를 잠시 세우고 고향처럼 정감 있는 한 농가를 바라봤다. 두세 가구 앞에 놓인 한적한 밭이랑이 무척 외로워 보였다. 대처로 나간 자식들이 남겨 놓은 늙은 부모가 밭 일구며 살 것이라 여겨졌다. 기쁨 다한 슬픔처럼 산다는 게 외로워 가는 과정 같다. 밭두렁의 신양벚나무에 다독다독 열매가 영글었다. 달콤한 신맛의 자연을 담는다. 세월의 외압에 복종하며 귀한 시간을 감사하게 사용해야겠다. 과거가 미래를 대신할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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