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입증 쉽진 않을 것…처벌 관계 없이 진상규명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이승연 기자 = 9일 출범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맡게 된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 수사의 관건은 '고의성 입증'으로 모아진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단순한 관리 부실 등 행정 착오의 결과로 드러날 경우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돼 있는데, 이들 혐의 모두 고의성을 전제로 성립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일을 의도적으로 초래한 것이라면 상응하는 여러 처벌 조항이 있다"며 "실수인지 고의로 한 것인지 규명해내는 게 급선무"라고 짚었다.
그는 "합수단은 기본적으로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원인을 제공한 내부 지침이 적정했는지, 투표용지 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의도가 있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며 "투표지를 준비해야 할 직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니 그나마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투표용지를 유권자보다 적게 배급한 선관위의 행태가 공직선거법상 투표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때도 선관위 측의 직무 해태가 고의적이라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영오 변호사는 "투표방해죄도 결국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의도적 방해가 있어야 성립한다"라며 "예컨대 용지 부족 사태가 특정 정치세력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런 사태를 일으켰다고 의심해볼 만하다면 수사할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론 수사 성과를 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선관위 측의 과실이나 직무 태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참정권을 침해당한 유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사유는 될지라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통해서 증거를 수집한다고 해도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책적·행정적 착오로 결론 날 가능성이 당장은 높아 보인다"고 짚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가 용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번 선거부터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을 내린 게 사태의 결정적 요인 같은데, 이는 정책적 판단"이라며 "고의성이 필요한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법조인들은 성과와 별개로 선관위를 겨눈 수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에 대해 쌓인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엔 내부 조사로는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그간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아 온 선관위가 관행적으로 각종 불법 행위를 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표용지 사태 외에도 예상 집행, 휴가, 채용 등에서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은 비리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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