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고리로 재선거론을 제기하며 정국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오히려 선거 패배 책임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재선거론에 선을 그은 데 이어 초·재선 의원들까지 "이번 선거는 패배"라고 규정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개혁 성향 초·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6·3 지방선거로 확인된 국민의 명령'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도읍·성일종·정점식 의원을 비롯해 조배숙, 박정하, 신성범, 이양수, 권영진, 조은희, 김용태, 김재섭, 우재준, 정연욱, 한지아 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분위기는 전날 장 대표가 "객관적 데이터를 보라"며 사퇴론을 일축하고 재선거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참석자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보다 선거 패배 원인과 당 쇄신 방향에 집중했고, 재선거론에 힘을 싣는 발언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임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인사말에서 "국민의힘은 패배했다"며 "광역단체장 숫자나 보궐선거 결과만 가지고 정신승리식 해석이나 아전인수식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 선거 평가 토론조차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다시는 이기고 싶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장 대표를 향해 더욱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박 대표는 "국가 비전, 보수 통합, 이기는 전략 가운데 어느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 때문에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보수를 통합하고 승리로 이끌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리더십이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금 진 선거를 이겼다고 이야기하면 앞으로도 이길 수 없다"며 "정치는 지면 책임지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장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면서도 "정작 본인은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역별 선거를 직접 치른 의원들의 평가 역시 냉정했다.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17곳, 민주당이 8곳이었지만 이번에는 정확히 반대로 뒤집혔다"며 "이런 결과를 보통 참패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오세훈 시장과 장동혁 대표의 투샷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거 전략이었다"며 "장 대표와의 거리두기가 서울 선거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윤어게인 세력과 결별하고 중도 지향적 보수로 재건하라는 국민적 명령을 보여준 선거"라고 평가했다.
대구 북구갑의 우재준 의원도 "대구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하지만 대구라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면 결코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라며 "승리가 아니라 패배라는 전제에서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의 정연욱 의원 역시 "선거 기간 부산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장동혁 체제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당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지 못한 채 무조건 이재명 대통령만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장 대표가 주장하는 재선거론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며 공개적으로 거리두기에 나섰다.
오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 절차상 하자가 당락을 바꿀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 아닌 이상 전면 재선거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장 대표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장동혁 대표가 지향한 정치 노선이 실패했다는 의미"라며 "국민의힘은 중도의 거친 바다로 나아갈 것인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재선거론을 통해 지지층 결집과 리더십 유지에 나서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를 선거 패배 책임을 희석하려는 '출구전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보다 수도권 민심 이반, 중도층 확장 실패, 청년층 지지율 하락 등 선거 패배 원인을 진단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재선거론이 당내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같은 날 열린 원내대표 후보자 간담회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김도읍 의원은 "도로 친윤당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야 한다"고 했고, 정점식 의원은 통합을, 성일종 의원은 계파 갈등 청산을 강조했다. 누구도 재선거론을 당 혁신의 해법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결과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커질수록 장 대표를 향한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재선거 가능성에 기대를 걸기보다 선거 패배 원인과 민심 이반의 이유를 먼저 직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장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 역시 당분간 계속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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