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삼성이 'AI 대전환(AX)'을 선언했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외부 생성형 AI를 전면 도입하고, 사장단부터 전 직원까지를 대상으로 AI 교육에 나선다. 단순한 업무 혁신 차원을 넘어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체계, 일하는 방식까지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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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AI 대전환(AX)'을 선언
외부 생성형 AI 도입, 전 직원 대상 AI 교육 추진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체계까지 AI 중심으로 재설계 목표
AI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 핵심 인프라로 부상
글로벌 빅테크, AI 중심 사업 구조 전환 가속
기존 성공 공식만으로는 미래 보장 어려워 위기감 고조
삼성, 메모리 반도체 등 AI 시대 핵심 부품 공급 중
HBM 시장 등에서 경쟁 심화, 기존 경쟁력만으론 한계
AI 활용 역량이 기업 경쟁력 좌우하는 시대로 전환
외부 생성형 AI 도입 결정, 보안 우려보다 기회비용 중시
사장단 50여명 AI 집중 교육, 최고경영진부터 혁신 추진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진화 위해 전사적 AI 조직 구축 계획
조직 DNA 혁신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구현될지가 관건
AX 선언이 향후 10년 삼성 경쟁력 좌우할 분기점 될 전망
실행력에 따라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같은 역사적 전환점 될지 주목
재계는 이번 조치를 삼성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AI가 산업 지형을 바꾸는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과 파운드리,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을 둘러싼 경쟁 환경이 급변하면서 더 이상 과거 성공 공식만으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AI 대전환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주문한 '조직 DNA 혁신'의 첫 실행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AI를 새로운 기술이 아닌 기업 생존을 좌우할 경영 혁신 과제로 규정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는 산업혁명"···'반도체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삼성의 위기의식
9일 재계는 삼성이 AI 대전환을 선언한 가장 큰 배경으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속도를 꼽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생성형 AI는 일부 IT 기업의 실험적 기술로 여겨졌다. 그러나 챗GPT 등장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AI는 이제 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바이오, 금융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AI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협력해 업무용 소프트웨어 전반에 AI를 접목했고, 구글은 검색과 클라우드 사업을 AI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마존과 메타 역시 천문학적 규모의 AI 투자를 진행 중이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달아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젠슨 황 CEO는 AI를 전기와 인터넷에 버금가는 산업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산업계에서 "AI를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강민석 기자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 역시 여기에 있다.
삼성은 현재 AI 시대 최대 수혜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HBM, LPDDR, SSD 등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핵심 부품 상당수가 삼성의 주력 사업 영역이다. 그러나 AI 시대의 승자는 단순히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스스로 혁신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AI 경쟁은 반도체 성능 경쟁을 넘어 조직 생산성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며, 마케팅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은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AI 시대에는 제조 역량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결국 조직 전체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의 위기의식은 단순히 AI가 중요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삼성의 기존 성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AI 서버의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생성형 AI가 새로운 경쟁 축으로 부상하면서 하드웨어 중심 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결국 삼성이 'AI를 만드는 회사'에 머물 것이 아니라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로도 변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선언의 배경에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챗GPT 금기 깬 삼성···사장단 교육에 담긴 의미
이번 발표에서 가장 상징적인 부분은 외부 생성형 AI 도입이다.
그동안 삼성은 보안 문제 때문에 생성형 AI 활용에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실제 과거 일부 직원들이 업무 자료를 생성형 AI에 입력하면서 정보 유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이 외부 AI 활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의 선택은 정반대였다. AI 사용을 막는 대신,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는 AI 활용에 따른 위험보다 AI를 사용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글로벌 경쟁 기업들이 이미 생성형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만 뒤처질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6(Mobile World Congress 2026, MWC26)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삼성전자 부스 및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가 더욱 주목하는 부분은 사장단 교육이다.
삼성은 전 관계사 사장단 50여명을 대상으로 AI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공동 AX 비전을 선포할 예정이다. 삼성 역사상 전 관계사 사장단이 AI 교육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다. 삼성이 AI 혁신의 출발점을 최고경영진으로 설정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에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보다 경영진의 이해 부족 때문이다. 현업 조직은 변화를 원하지만 의사결정권자가 AI의 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혁신이 멈추게 된다. 삼성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CEO부터 AI 문해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AX 비전 선포가 과거 '애니콜 화형식'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5년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불량 휴대전화를 공개 폐기하며 품질 혁신을 선언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AI 시대에 맞춰 조직 혁신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와 현재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 방식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메시지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AX 선언을 삼성 특유의 위기경영 전통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신경영 선언, 1995년 애니콜 화형식,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중심 사업구조 전환에 이어 AI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조직과 문화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신경영 선언이 품질 혁명이었다면 이번 AX 선언은 업무 혁명에 가깝다"며 "삼성이 AI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혁신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전환···결국 이재용의 시험대
이번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AI를 활용하는 기업을 넘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AI 네이티브 기업은 단순히 업무에 AI를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다.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 등 기업 활동 전반이 AI를 전제로 설계된 기업을 의미한다.
삼성은 이를 위해 전 관계사에 AI 전담 조직을 구축할 계획이다. 각 사업 특성에 맞는 AI 전략 수립과 데이터 관리, 인재 육성 체계도 마련한다. 특히 개발·구매·제조·물류·마케팅·판매·서비스·경영지원 등 8대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은 단순한 생산성 개선 차원을 넘어 기업 운영 체계를 재설계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이번 AI 대전환은 결국 이재용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삼성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스마트폰, OLED 등 굵직한 산업 전환기마다 선제적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통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AI 시대는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 특정 사업부의 성공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 경영지원 등 조직 전체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삼성의 AI 대전환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AI는 더 이상 연구소의 기술이 아니라 경영의 언어가 됐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얼마나 뛰어난 AI 반도체를 만드는가뿐 아니라 얼마나 AI를 잘 활용하는 조직인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삼성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기술력이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삼성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번 AI 대전환의 본질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데 있다.
결국 이번 선언의 성패는 이재용 회장이 강조한 '조직 DNA 혁신'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AX 선언이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향후 10년 삼성의 경쟁력을 결정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AI 대전환이 또 하나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선언에 그칠지는 이제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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