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학연 10개 기관이 힘을 합쳐 로봇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피지컬 AI' 핵심 기반기술 국산화에 본격 착수했다. 외국산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2년 안에 글로벌 선두권 성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다.
9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착수보고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이 같은 청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2년간 총 340억원이 투입되며, LG전자가 주관기관으로 나서고 마음AI·홀리데이로보틱스·로보티즈·크라우드웍스·알체라·KT·KAIST·서울대·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이 참여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월드모델' 기술 자체 확보다. 가상 환경에서 물리 법칙을 시뮬레이션하고 대규모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이 기술은 로봇이 현실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사전 학습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현실 환경에서 바로 구동할 경우 오작동이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가상 공간에서의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업계는 이러한 시뮬레이션 인프라 대부분을 해외 기술에 기대왔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독자 월드모델을 개발해 국산 시뮬레이터를 검증하고, 차세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까지 구현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영준 LG전자 AI연구소장은 연구 방향 발표에서 현재 기술의 한계점을 짚었다. 복잡한 작업을 연속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물리적 일관성이 떨어지며, 데이터를 반복 학습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리 세계를 내재적으로 이해하는 월드모델 없이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김 소장은 엔비디아의 '코스모스' 등 공개된 글로벌 모델들이 제조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정 데이터와 설비 운영 노하우가 결합돼야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제조 강국으로서 축적된 현장 경험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의 격차에 대한 솔직한 평가도 나왔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하드웨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면서도 "과거 3년 이상이던 기술 격차가 최근 약 1년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완성도가 낮은 제품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반면 한국은 실전 테스트 기회가 부족한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다만 개방성과 오픈소스 전략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 성과 목표는 월드모델 적용 시 로봇 동작 성공률을 2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세계 최고인 오픈GV랩의 14.5%포인트를 넘어서겠다는 목표치다. 학습-모델 연계-실증-재학습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구축하고 2년간 네 차례 반복 검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제조·물류 현장에서 사업화 성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한해 국내 기업·대학과 협력을 논의한 점을 언급하며 "세계가 한국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TDX 교환기 국산화 때처럼 혈서를 쓰는 각오로 임한다면 피지컬 AI 강국 도약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LG전자 '클로이드'와 로보티즈 'AI워커' 로봇이 피지컬 AI 기술로 사람과 주먹 인사를 나누는 시연도 이뤄졌다. 피지컬 AI는 올해 초 발표된 'K-문샷' 프로젝트의 핵심 미션으로, 국방·농업·돌봄·제조·서비스 전 분야 혁신과 함께 데이터 주권·국가 안보와도 맞닿아 있는 전략기술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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