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새만금 지역을 거점으로 한 'AI·로보틱스 밸리' 조성을 제안하며 양사의 기술 동맹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제안이 성사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상용화의 핵심 인프라인 'AI 팩토리'를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시장 내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 사옥을 찾은 젠슨 황 CEO에게 '새만금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다.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새만금 지역에 AI와 로보틱스, 데이터 센터가 통합된 미래형 인프라 시스템을 공동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젠슨 황 CEO는 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듯이 이곳에는 'AI 밸리'가 있다"며 "한국이 향후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훌륭한 바비큐만 있다면 (새만금 투자에) 언제든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로봇과 AI, 수소 에너지 등 '미래 3대 신사업' 거점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 등을 중심으로 한 첨단 밸류체인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역량에서 테슬라 등 경쟁사를 맹추격하고 있으나,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자율주행의 승부처가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학습·수집하느냐에 달린 만큼, 이번 AI 인프라 구축이 현대차의 성장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비디아의 기술력과 새만금 AI 인프라가 결합되면,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상당한 추진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양사 간 기술 시너지를 통해 자율주행·로보틱스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고, 궁극적으로는 현대차가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그간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AI 기술을 중심으로 접점을 확대해 온 만큼, 이번 협력이 향후 구체화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장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등에서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플랫폼 '알파마요' 도입도 검토 중이다.
젠슨 황 CEO가 지난 1일 대만 행사에서 한국을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지목한 점도 협력 강화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그는 특히 '피지컬 AI'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과의 사업 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전날 젠슨 황 CEO와의 만남에서 "인간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 결국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필수 불가결하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향후 엔비디아에 더 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공급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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