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미국 의회가 가상자산 세금 제도 손질에 본격 착수했다. 규제 논의에 머물던 디지털자산 정책이 과세 체계 정비 단계로 진입하면서 미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9일(현지 시각) ‘디지털자산 과세 입법청문회’를 열고 가상자산 세제 개편을 위한 7건의 법안을 검토한다. 위원회는 채굴·스테이킹 보상 과세 기준, 기부금 공제, 소액 거래 면세, 자진 신고 프로그램, 조세회피 방지 규정 등을 담은 입법 초안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 패키지를 미국의 첫 종합 암호화폐 세제 개편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가상자산은 증권과 상품, 외환의 성격이 혼재돼 과세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채굴·스테이킹 과세 명확화"
가장 관심을 끄는 법안은 채굴 및 스테이킹 보상에 대한 과세 기준을 정리하는 ‘채굴·스테이킹 과세 명확화법’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 대가로 받은 토큰을 언제 과세 대상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토큰을 수령한 시점이 아니라 실제 매각 시점에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암호화폐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도 손질된다. ‘디지털자산 기부 공제법’은 가상자산을 자선단체 등에 기부할 때 적용되는 공제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소액 결제 면세·서류 부담 완화
가상자산을 일상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세입위원회는 소액 거래에 대해 양도차익 과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커피 한 잔을 사더라도 암호화폐 가격이 매입 시점보다 올랐다면 원칙적으로 자본이득세 신고 대상이 된다. 업계는 이러한 규정이 실생활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디지털자산 보유자 세무서류 경감법’을 통해 납세자의 신고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된다.
▲ "가상자산 수도 지위 지키겠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규제 완화와 통제 강화가 동시에 추진된다는 점이다.
위원회는 납세자 부담을 줄이는 한편, 암호화폐를 활용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기존 반(反)남용 규정을 디지털자산에도 확대 적용하는 법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또 과거 신고 누락분을 자진 신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의회가 암호화폐를 더 이상 예외적 자산으로 보지 않고 기존 금융자산과 동일한 틀 안에서 관리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세입위원회는 이번 입법의 목표로 △과세 불확실성 해소 △기존 자산과의 형평성 확보 △세무 행정 효율성 제고 △미국의 디지털자산 경쟁력 유지 등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법안과 시장구조법에 이어 세제 정비까지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이 규제 논의를 넘어 제도 설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향후 채굴·스테이킹 보상 과세 시점과 소액 거래 면세 범위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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