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공지능 기업들이 천문학적 자금 확보를 위해 가용한 모든 금융 수단을 총출동시키고 있다. 미국 금융가는 대륙을 가리지 않고 자본을 끌어모아 이들에게 공급하는 중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알파벳은 최근 약 128조원에 달하는 850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했으며, 스페이스X는 금주 중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역시 하반기 상장 채비를 갖추면서 올해 IPO 시장의 조달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플랫폼, 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가 올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발행한 금액은 약 240조원(1천590억 달러)에 이른다. 2024년과 2025년 2개년 발행 총액인 1천250억 달러마저 상회하는 수치다.
데이터센터 개발사들도 채권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를 추가 확보했고, 신흥 AI 클라우드 업체들은 반도체 구매 비용 마련을 위해 은행권과 사모펀드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막대한 자금 소요로 인해 부실 기업의 도태가 불가피하다는 투자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유상증자에 따른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이러한 불안감이 지난주 기술주 하락세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투자 수요는 회의론자들의 예측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미국 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 스프레드는 수십 년래 최저 수준까지 축소됐고, S&P500 기술업종 지수는 2분기에만 31% 급등했다.
기업들의 AI 도구 지출 확대와 앤트로픽의 호실적 발표가 주가 상승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UBS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미국 주식 책임자는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긍정적 신호들이 포착되면서 투자자들의 수익 확신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 4대 빅테크의 올해 AI 자본지출은 6천7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규모 대비로 환산하면 1850년대 미국 철도 건설 붐 시기를 능가하는 역사적 투자 규모다. 다만 월가가 거품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알파벳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AI 열풍의 핵심 모델들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대다수 투자자들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용 코딩 도구에 주력하는 앤트로픽의 급성장세가 이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2분기 매출은 109억 달러로 직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막대한 모델 학습 및 운영 비용을 일시적으로나마 상쇄하는 수준이다. 알파벳과 아마존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은 초기에는 기존 사업의 현금 흐름으로 AI 투자 재원을 충당했으나, 작년부터 채권 발행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발행 통화도 다변화됐다. 알파벳은 미국 달러 외에 캐나다 달러, 일본 엔화, 유로, 스위스 프랑, 영국 파운드로 채권을 발행했으며, 파운드화 채권의 경우 100년 만기 초장기물까지 선보였다. 아마존도 연초 미국 달러, 유로, 스위스 프랑 채권에 이어 8일 캐나다 달러 채권까지 발행했다.
자산관리회사 웰스 인핸스먼트의 아야코 요시오카 수석 투자 전략가는 과잉 인프라 구축 시 주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AI 구축 규모가 워낙 방대해 당분간은 투자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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