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G그룹이 기업가치 정상화를 전면에 내걸고 중장기 밸류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표면적으로는 상장 계열사의 주주환원 확대와 계열사별 미래 성장전략 발표다. 하지만 그 안쪽에는 K Car 인수를 계기로 KG 모빌리티·K Car·금융·결제 계열사를 하나로 묶겠다는 그룹 차원의 재편 구상이 놓여 있다.
KG그룹은 9일 여의도 태영빌딩 T-아트홀에서 'KG그룹 기업가치 정상화 및 미래전략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와 CFO, 참여이사 등이 참석했다.
KG그룹이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저평가 해소'였다. 그룹은 현재 상장 계열사들의 실적과 재무 건전성에 비해 시장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기업가치 정상화를 그룹 차원의 주요 경영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 ⓒ KG그룹
이를 위해 각 상장 계열사는 향후 5년간 총주주환원율 50% 확대를 목표로 선제적 배당, 자사주 정책 강화, 예측 가능한 주주친화 정책 명문화, 상시 IR 활동 등을 추진한다. 외형 확대보다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중심에 둔 경영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과 주주에게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곽재선 회장은 "기업가치는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결국 실적과 주주들과의 소통으로 평가받는 것이다"라며 "그동안 위기의 기업들을 살려내며 견고하게 성장해 온 KG의 DNA를 바탕으로, 이제는 외형적 확장을 넘어 내재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실행 중심의 경영을 통해 시장의 과소평가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저평가 해소 전면에…관건은 실행력
KG그룹의 이번 발표는 밸류업을 명분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시 설명한 자리이기도 했다. 특히 주주환원 확대와 함께 계열사별 정량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시장이 요구해 온 예측 가능성과 소통 강화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선언 자체보다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 총주주환원율 확대, 자사주 정책, IR 강화 등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본 조건이지만, 실제 주가와 기업가치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계열사별 실적 개선과 신사업 성과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간담회의 핵심은 K Car 인수 이후의 모빌리티 전략에 놓인다. KG그룹은 KG 모빌리티가 가진 완성차 제조 역량과 K Car의 중고차 온·오프라인 유통망, KG이니시스·KG파이낸셜의 결제·금융 역량을 결합해 차량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모빌리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K Car CI. ⓒ K Car
KG그룹 입장에서 K Car는 중고차 유통사를 넘어 그룹 내 모빌리티 전략의 연결축이다. KG 모빌리티가 신차 제조를 맡고, K Car가 중고차 유통을 담당하며, KG이니시스와 KG파이낸셜이 결제와 금융 기능을 붙이는 구조다. 신차 판매 이후 중고차 거래, 금융, 결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그룹 안에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곽재선 회장도 "K Car 인수는 사업 확대가 아니라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다"라며 "제조와 유통, 금융과 결제를 연결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KG 모빌리티의 역할도 보다 분명해졌다. KG 모빌리티는 친환경차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해 2030년까지 전기차,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SUV 중심 친환경차 7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KD 사업도 수출 핵심 축으로 삼아 2030년 연간 판매 20만대, 매출 10조원 이상, 영업이익률 5%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목표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수출 확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KG 모빌리티가 신차와 친환경차 라인업을 통해 판매 기반을 넓히고, K Car가 유통 접점을 확장하며, 금융·결제 계열사가 거래 구조를 뒷받침하는 식의 연결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제조·유통·금융을 한 선으로 연결
KG그룹은 모빌리티 외에도 철강, 화학, 환경, 결제, 금융 등 주요 계열사의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다. 다만 각 계열사의 전략은 개별 사업 확장보다는 그룹 전체의 수익 구조를 다층화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KG스틸은 2029년까지 생성형 AI와 에이전틱(Agentic) AI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철강 사업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K Car와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 소재 관련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뉴 토레스는 2022년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상품성을 높인 부분변경 모델이다. ⓒ KG 모빌리티
KG케미칼은 친환경 에너지 연료 밸류체인 내재화를 위해 향후 3년간 20만㎘ 규모의 저장능력을 확보하는 탱크터미널 투자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물류·에너지 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동남아 비료 시장 다각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KG에코솔루션은 바이오연료 생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글로벌 해양 연료 시장으로 확대한다. 글로벌 친환경 선박유 시장에서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제시하며, 순환경제 기반의 친환경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금융·결제 계열사의 역할도 커진다. KG이니시스는 기존 결제 플랫폼 경쟁력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일본 역직구(CBT), 외국환 거래(Trade FX),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신규 성장축으로 육성한다. 특히 일본 이커머스 시장을 겨냥한 역직구 결제서비스를 기반으로 2027년 동남아 지역 확장도 추진한다.
KG파이낸셜은 결제 중심 사업 구조에서 디지털 금융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신규사업으로 B2B 선정산 사업을 육성해 2027년 취급액 5000억원, 2028년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잡았다. 디지털 자산 사업 진출, VASP 취득, 글로벌 금융 인프라 확장도 미래 성장 기반으로 제시했다.
결국 KG그룹의 이번 밸류업 로드맵은 주주환원 확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K Car 인수 이후 그룹이 보유한 제조·유통·금융·결제 기능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다. KG 모빌리티의 판매 확대와 K Car의 유통 경쟁력, 금융·결제 계열사의 수익 모델이 맞물릴 때 기업가치 정상화라는 목표도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KG그룹은 앞으로 정기적인 IR 활동과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경영성과와 미래 전략을 공유하고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선언의 규모보다 실행의 속도와 성과로 옮겨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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