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높고 낮음이 아니라 역할의 문제, 당당하게 일하겠다"
원도심 인구 감소 최우선 과제…"부동산 음해 재심 신청할 것"
(목포=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체급을 낮춰 당선됐다고요? 단 한 번도 국회의원이 높고, 시의원이 낮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남 목포시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손혜원 당선인(71)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의원으로 선택받은 소감을 묻는 말에 가장 먼저 이같이 답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손 당선인이 무소속으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뒤 당선인 명부에 이름을 올리자 일부에서는 '급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그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손 당선인은 "정치인과 사업가로 활동한 지난 45년 동안 단 한 번도 높은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한 적 없다"며 "정치는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의 문제"라며 이에 대해 일축했다.
이어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목포를 위해 드디어 공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사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원도심 부활을 위해 일해왔다면 이제는 시민이 부여한 권한을 앞세워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당선은 '화려한 복귀'가 아니라 목포 시민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이다"며 "좁은 골목골목을 살피고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국회의원도, 시장도 아닌 시의원이 더 잘한다"고 강조했다.
손 당선인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목포 원도심의 시급한 과제로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공동화 현상을 꼽았다.
그는 "목포의 인구 20만명 선이 무너졌고, 원도심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주민 대부분은 60∼70대 이상 고령층인 데다가 학생 수도 줄어 존폐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학교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 감소 징후는 오래전부터 나타났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했다"며 "여기에 방점을 두고 임기가 시작되는 7월 1일부터 발로 뛰는 의정활동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청년들이 원도심에 유입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는 자신만의 계획도 밝혔다.
창업을 위해 유입된 청년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으면 언제든 떠났지만, 부모로부터 가업을 물려받는 자녀 세대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를 직접 지켜봤다고 소개했다.
그는 "부모가 지켜온 가게를 아들과 딸이 이어받는 모습에서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봤다"며 "도시는 사람이 있으면 살아나고, 사람이 있으면 상권이 살아나는 만큼 사람이 다시 모이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손 당선인은 임기 시작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손혜원 TV'를 활용해 목포 알리기에 뛰어들 계획이다.
목포 원도심 한 공간을 임대해 자그마한 스튜디오도 마련한 그는 카메라를 직접 들고 목포의 골목과 노포를 다니며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손 당선인은 "정책을 만들고 싶어도 지방재정에는 한계가 있다"며 "예산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목포를 알리는 영상을 만들고 소개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관광객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음식점, 카페, 문화공간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관광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며 "이것이 진정한 의정활동이지 않겠느냐"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 도중 과거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 내지는 오해를 언급하면서 억울함도 토로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논란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선거사무소를 과거 투기 의혹이 일었던 창성장 바로 옆에 마련했고, 이날 인터뷰 장소도 이곳으로 선택했다.
손 당선인은 "지금도 일부 시민은 숙박업소인 창성장을 내가 소유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의혹은 나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조장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었던 2019년 목포 원도심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대법원에서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았고 비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손 당선인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재심을 신청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려고 한다"며 "사실이 아니며, 억울하기 때문에 굳이 피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중진 정치인 출신답게 호남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도 과감하게 늘어놨다.
그는 "호남은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 문화는 결국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2년 후 총선과 4년 후 지선에서 이 공식을 부수는 것으로 목표를 정해졌다"며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선거가 치러지고 동시에 시민이 원하는 진정한 후보가 당선되는 정치 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터뷰 말미 '손혜원을 유권자들이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손혜원이라면 내뱉은 말을 지킬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지 않겠느냐"며 "목포 원도심에 다시 사람 냄새가 나도록 남은 정치 인생을 걸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추후 총선이나 시장 선거에는 도전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4년 동안 목포를 위해 일한 손혜원을 주민들이 원한다면 기초의원 선거에 다시 출마할 생각은 남겨두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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