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당국, 최근 푸틴 보호 감시시스템 일시 폐쇄"
(서울=연합뉴스) 설원태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체제 내 감시·보호 시스템이 오히려 적에게 역이용당해 정보 유출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보안 당국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수뇌부 제거 사건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들을 보호하는 특별 감시 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일시 폐쇄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시스템은 엔지니어들이 인터넷과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를 마친 후에야 다시 가동됐다. 이 시스템은 모스크바 시민들을 감시하는 30만대의 카메라와 네트워크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것이다.
러시아 보안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의 교통 카메라들에서 대량의 영상 자료를 확보해 지난 2월 28일 하메네이와 그의 측근들이 참석한 회의의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는 데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왔다.
FT는 하메네이 암살 사건은 AI의 기술적 도약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AI가 수천 대의 카메라가 촬영한 수백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하고, 특정 표적을 찾아내 추적·감시하는 기술이 등장한 것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알렉산더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지난주 지역 보안 책임자들에게 러시아의 방대한 감시 체계가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국민을 감시하는 도구들이 오히려 적들에게 역이용당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르트니코프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에 의한 이란 고위 관리 제거는 명백한 경고 신호"라며 "희생자들의 위치는 테헤란의 영상 감시 시스템에 있는 소프트웨어 '백도어'를 통해 일부분 식별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푸틴의 개인 안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러시아 교통 카메라 시스템에 침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러시아 군 고위 관계자들이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추적당해 모스크바 중심부에서 암살당하자 러시아 보안 당국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여러 보안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의 한 독립 해커는 FT와 인터뷰에서 모스크바는 물론 크렘린궁 주변 카메라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해킹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해커는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영상들을 대규모로 분석할 능력이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영국은 과거 우크라이나군에 감시 드론이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에서 추출한 정보 등을 포함해 정밀한 표적 정보를 제공해왔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오랫동안 보안 카메라가 이스라엘의 정예 사이버 정보전 부대와 같은 숙련된 해커나 스파이에 의해 쉽게 침투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I 기술은 방대한 영상 데이터에서 특정 행동과 패턴만을 정확히 찾아낼 만큼 발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들은 이러한 기술 발전을 활용해 테헤란의 복잡한 지형을 파악하고, 고위 관리 경호원들의 행동 패턴을 찾아내며, 수천 대의 카메라에서 촬영된 수백만 시간 분량의 영상에서 표적을 효율적으로 특정해낼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정보를 인적 정보원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얻은 정보와 결합했다.
여러 전문가는 AI 기술의 시각적 기능이 2023년께 크게 향상됐고, 지난해 또 한 번 도약했다고 밝혔다.
얼굴 인식, 총기 탐지, 차량 제조사 또는 번호판을 통한 차량 추적 등에 사용되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
수십 가지 미리 설정된 검색으로 제한됐던 기존 도구와 달리 새로운 도구는 영상에서 언어 기반 검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거의 무제한 검색 범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보 담당자들은 두 남자가 서로 가방을 건네는 장면, 외모가 변했거나 하루에 여러 번 옷을 갈아입은 사람, 최근 새로 도색된 차량 또는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장소를 여러 번 지나간 차량 등을 간단한 검색어로 방대한 양의 영상 스트리밍을 검색할 수 있다.
감시 기술을 자국의 도시들에 적용 중인 한 유럽의 관계자는 "이것은 감시를 위한 성배"라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사물이 아닌 행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열렸다"고 했다.
전현직 정보 요원과 고위 안보 관계자 등 10여명은 이러한 새로운 기능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수십억 달러가 투입된 CCTV 시스템, 특히 교통 카메라 시스템이 적들에 의해 정보 유출의 약점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특정 대상을 식별한 뒤 이 대상의 수개월에 걸친 활동 기록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상의 생활 패턴뿐만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CCTV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해킹된 통신 내용, 스마트 기기의 마이크로 수집된 오디오, 여행 기록 등에서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싱가포르 내무부를 고객으로 둔 텔아비브 소재 스타트업 콘투어의 최고경영자(CEO) 마탄 골드너는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컴퓨터와 소통하고 컴퓨터가 보는 것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골드너 CEO는 "적의 정보 출처를 단순히 감시하는 능력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천 시간 동안 수천 개의 피드를 분석해 원하는 정확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seolwonta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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