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안고 ‘진짜 제 거예요’라고 묻던 아이의 눈빛이 저를 매일 밤 작업대로 이끕니다.”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한편에는 온라인 수업조차 따라가지 못해 ‘정보의 가난’을 대물림받는 아이들이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직원들로 구성된 ‘카이아 리부트(KAIA Re:Boot)’는 이 격차를 허물기 위해 7년째 소외계층의 고장 난 디지털 기기를 수리하는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서종국 회장이 이끄는 34명의 단원이 써 내려가는 나눔의 현장은 따뜻했다.
시작은 2020년 5월이었다. 코로나19로 힘들던 시기 경제운 부회장은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러 갔다가 ‘애들이 스마트폰으로 줌(Zoom) 수업을 듣느라 칠판 글씨가 안 보인다며 컴퓨터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난의 낙인이 두려워 컴퓨터가 없어도 손을 들지 못하고 숙제를 못해 학교와 멀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경 부회장은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처음에는 혼자였다. 아들의 컴퓨터로 예습하고 정비 유튜버의 영상을 보며 독학했다. 사비를 터는 것이 일쑤였고 당근마켓의 무료 나눔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부품 조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계가 오자 회사 내 동호회를 조직했다. 단원 모두가 컴퓨터와 무관한 비전문가이지만 주말만 되면 정비공으로 변신한다. 이제는 부품 테스트, 데이터 초기화, 수리, 배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분업 체계도 갖췄다.
7년간 단 한 번의 회식도 없이 “부품 하나 더 사자”며 음료수 한 잔으로 버티는 것이 이들의 철칙이다. 특히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 역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기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
봉사단의 철학은 확고하다. 수혜 가구의 열악한 환경을 절대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상처 입지 않도록 사진 촬영도 금지한다.
경 부회장은 “할머니와 살고 있는 학생에게 노트북을 설치해 준 날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 아이가 처음으로 코딩 수업에 참여해 만든 게임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먹먹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 이들의 나눔은 국경을 넘어 6·25 참전국인 에티오피아와 필리핀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지원하는 ‘보은의 창문’으로도 확대됐다.
경 부회장은 기기 기증을 넘어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소외계층이 또 다른 디지털 격차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프롬프트 교육 교재’를 직접 집필하며 미래를 준비 중이다.
매년 수십대의 고장 난 컴퓨터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카이아 리부트. 안양시와 안양시자원봉사센터, 경기도자원봉사센터의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부품값 폭등으로 고민도 깊어진다.
경 부회장은 “은퇴 후 이 활동을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켜 전국 시·군·구에 복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집안에 잠들어 있는 중고 노트북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한 아이의 꿈을 켜는 전원 스위치가 될 수 있다”며 중고 노트북 후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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