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0일 / 마토보 힐스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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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마토보 국립공원. 기원전 8000년, 석기시대에 부시맨이 벽화를 남겼다는 동굴로 갔다.
“부쉬만, 아니말.” 똑 부러지는 발음으로 열심히 설명해주던 부시맨의 후손.
벽화가 발견된 후 보수 작업을 했는데, 그때 잘못 사용한 오일 때문에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한다. 이젠 그림이 더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 돼서 박물관에 그 사본을 따로 그려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자그마치 만년 전. 동굴 벽에는 기린과 사슴을 쫓는 사람들, 사자와 코뿔소 같은 맹수,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을 해 먹고 제사 지내는 모습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사냥으로는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동물의 고기는 식량이 되고 가죽과 뼈로 의복과 단단한 생활 도구를 만들면 오래 쓸 수 있는 재산이 되었다. 사냥은 훌쩍 나가서 동물을 뚝딱 잡아오는 것이 아니라, 부족의 건장한 남자들이 며칠씩 동물을 쫓아다닌 끝에 겨우 한 마리를 잡아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협동이 중요했고, 자칫하면 사람이 죽기도 했다.
작은 동물은 빠르게 달아나고, 큰 동물은 힘이 셌다. 육식동물은 사람을 잡아먹는다. 누와 기린 같은 거대한 초식동물만 떠올려보자. 뿔, 발굽, 긴 목까지 온몸이 무기이다. 인간의 맨몸은 ‘자신을 지킬 힘이 있는가?’ 하고 야생동물과 비교해보면 너무 연약하고 볼품없다.
들판에서 매 순간 체급 차이를 느끼며 살던 인간들은 모여 살며 더 큰 힘을 바라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크고 힘센 동물을 부족의 수호신으로 삼아 그 힘이 우리를 지켜주기를 빌었다. 그리고 그 힘을 자기 안으로 가져오고 싶어 했을 것이다.
남의 힘을 내 것으로 갖는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그를 잡아먹는 것이다. 내가 섬기는 강한 신을 잡아먹는 것이 진정한 힘의 증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굴 벽에는 토끼나 쥐 같은 작은 동물이 아니라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기린 들소 같은 강한 동물들이 그려져 있고 그 뒤로 횃불을 들고 그들을 쫓는 사내들이 있다.
어떤 날에는 부시맨 아이가 집으로 뛰어들어왔을 것이다.
“아빠! 나 오늘 코뿔소 봤어!”
또 어떤 날 부시맨들은 멧돼지를 질질 끌고 왔을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 이만하면 이번 달은 밥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또 어떤 날 아낙들은 수확한 열매를 한데 모아두었을 것이다. 늦도록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이 이가 왜 안 오지. 토끼 한 마리 못 잡아오더라도 살아서만 돌아와줘. 와주기만 하면 내가 들들 볶지 않고 참아줄 수 있는데, 여보···.’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성벽 사이 돌길을 걷다가, “아 김치 먹고 싶다~” 말하려던 순간 찍 미끄러져서 “아 김치!!” 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들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뒤로는 누가 나무에 찔리거나 미끄러울 때마다 “아 김치! 아 김치!”를 외쳤다.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작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여행 드로잉을 기반으로 서사를 만들어가는 에세이 작가로, 한 장소에서 사람이 기능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구조와 삶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현재 일본 여행기 <유니폼> 과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 그림일기> 를 연재하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프리카>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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