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 검거를 도운 시민이 조직원들에게 16건의 보복성 소송을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보이스피싱 조직 검거에 결정적 도움을 준 시민이 오히려 검거된 조직원들로부터 '당신 때문에 우리도 피해를 봤다'며 16건에 달하는 무더기 형사·민사 소송을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법조계는 피의자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전형적인 '보복성 기획 소송'이라며, 흩어진 사건을 하나로 묶어 강경하게 대응하고 역고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한 협조의 대가, 16건의 소송장"
사건은 한 시민이 가상화폐 '테더'를 거래하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으면서 시작됐다. 사기임을 직감한 그는 즉시 은행과 공조해 거액의 송금을 막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직원의 코인 계좌 추적을 도왔다.
그의 협조 덕분에 실제 송금책이 검거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기 방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억울함을 풀었다.
다만, 미신고 가상자산 거래 행위 자체에 대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의 구약식 처분만 받은 상태였다.
"우리도 너한테 속았다"…보이스피싱 조직의 황당한 역고소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그에게 보복의 칼날을 겨눴다. 갑자기 형사 고소 6건, 민사 소송 10건이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날아들었다.
조직원들은 "그가 우리 신분증과 카카오톡 프로필을 도용해 추가 사기를 쳤고, 우리 역시 그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특히 10건의 민사 소송을 제기한 대리인이 단 두 곳의 법무법인에 불과하다는 점은 '기획 소송' 의심을 키웠다. 심지어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합의를 제안하는 전화를 걸어오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법조계 "전형적인 기획 소송…통합 대응 후 역고소도 가능"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보복성 기획 소송"이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법무법인 초원의 윤세진 변호사는 조직원들의 행태가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전형적인 '소송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 고소는 무고죄나 공갈협박에 해당할 여지가 큽니다"라며 역고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대응 전략에 대해 윤세진 변호사는 "지금은 ①관할법원 이송 및 사건 병합 ②불기소 결정문을 활용한 통합 답변서 제출 ③무고 및 소송사기 역고소 순으로 대응해 범위를 묶어야 합니다"라고 명확한 순서를 제시했다.
다수의 변호인들은 전국에 흩어진 사건이라도 변론 병합·이송 신청을 통해 한 곳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여러 사건을 묶어 '통합 패키지' 형태로 변호사를 선임해 방어 비용과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상대방의 성급한 합의 제안은 심리적 압박 전술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섣불리 응하기보다 변호사를 통해 전체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고 일관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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