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 공방을 벌이며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 전까지 종전 협상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8일(이하 현지시간) 양측에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다시 한번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중재를 수용하면서 교전은 중단됐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금주 내에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이란 충돌…이스라엘 베이루트 공습에 미사일 공방
이스라엘은 지난 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전격 공습했다. 공습 지역은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핵심 거점으로 알려진 베이루트 남쪽 외곽 다히예였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은 미국과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을 조건으로 내세워 왔으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맹비난하며 보복을 시사했다.
같은 날 저녁, 이란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월 8일 미국-이란 휴전 발효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겨냥한 공격이었다.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이 레바논 남부와 다히예 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공격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더 파괴적이고 뼈아픈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8일에도 공격을 이어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2차 미사일 공세를 포착해 방공망을 가동했으며, 예루살렘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란의 공세에 가세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8일 새벽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란 매체들은 수도 테헤란과 타브리즈, 이스파한 등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테헤란 서쪽 카라지 인근에서도 폭발이 발생했으며, 이란 남서부 반다르에마흐샤르 인근 석유화학 공장이 이스라엘 드론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파르스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이스라엘·이란에 "즉각 멈춰라" 공습자제 압박
이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전면전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에 모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폭스뉴스, 악시오스 등 미국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을 향해 "내가 이란에 하고 싶은 말은, 미사일을 쐈으니 이제 그만하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합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이 대이스라엘 공격의 명분으로 삼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선 "이스라엘과 조율은 없었다. 나는 불만이다"라고 불쾌감을 표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해) 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그는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조심하지 않으면 혼자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 공방을 이어가며 종전협상을 위태롭게 하는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협조가 끊길 수 있다고 강력한 어조로 경고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 2월28일 이스라엘과 함께 대이란 공격을 시작했기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쟁 파트너다. 하지만 종전으로 가느냐, 전쟁으로 돌아가느냐의 기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양측 모두에 확전 자제를 촉구한 것이다.
만약 이란과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교전 국면으로 돌아갈 경우 지난 4월 초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들어간 이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유지해온 종전 협상의 동력이 꺼질 위험이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미국 언론에 보도됐는데, 통화에서도 직접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복을 통한 확전 우려를 피력하고 자제를 촉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타냐후 "이란 공습 당분간 중단" 이란 "이스라엘 작전 중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는 즉각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의 헤즈볼라를 보복 타격한 뒤,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며 "나는 이란 전역의 군사·경제 시설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공습은 당분간 중단된 상태"라며 "만약 이란이 다시 공격한다면 강력한 무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은 완전한 자위권을 가지고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그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대화에서도 이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란군 역시 같은 날 작전 중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은 즉각 발포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한 지 약 1시간 만이었다.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성명을 통해 "시온주의 정권에 고통스러운 대응을 가했으며 작전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레바논 남부 등에서 적의 침략이 계속된다면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상대가 먼저 휴전을 요청했고, 이란은 조건부로 동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명확히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11일 북중미 월드컵 개막…종전 협상 이뤄지나
美국방 "이란과 휴전 유지…좋은 합의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 커"
이처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란과의 협상 진화에 나선 것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과의 협상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며 "8일이나 9일, 또는 10일 중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11일 북중미월드컵이 개막하기 전에 60일간 휴전 연장 및 비핵화 협상 개시를 담은 양해각서(MOU)에 합의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공동 개최되며, 미국은 전체 경기의 75%를 자국 내에서 치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개최국 정상으로서 월드컵 성공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전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프랑스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82주년 기념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최근 이어진 제한적 무력 충돌과 관련해 "물론 휴전 상태가 맞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휴전 중 간헐적 충돌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협상 타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호르무즈 해협 일대 선박 운항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란이 이를 향해 발포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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