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소주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스1
하이트진로는 영국 주류 전문 매체인 드링크 인터내셔널(Drink International)이 조사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브랜드 순위에서 진로가 1위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로써 진로는 지난 2001년 처음 정상에 오른 이후 25년째 선두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진로의 지난해 전 세계 연간 판매량은 총 9450만 상자였다. 이는 상자당 9리터 규격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억 5000만 리터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판매량은 전 세계 증류주 시장에서 2위 브랜드가 속해 있는 진(Gin) 카테고리의 전 세계 연간 판매 실적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단일 소주 브랜드의 판매 실적이 특정 주류 카테고리 전체의 글로벌 공급량을 상회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영국 주류 전문 매체인 드링크 인터내셔널(Drink International)이 조사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 브랜드 순위에서 진로가 1위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 하이트진로 제공
세계 시장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비결은 뭘까
업계에서는 이러한 장기 집권의 배경으로 하이트진로가 꾸준히 추진해 온 글로벌 현지화 및 밀착 마케팅 전략을 꼽는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7월에 '진로의 대중화'를 새로운 글로벌 비전으로 공식 선포했다. 이후 소주를 세계인의 일상 주류로 안착시키기 위해 해외 각국에서 다양한 소비자 접점 마케팅을 전개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현지 인기 스포츠 구단과의 스폰서십 체결, 대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 참가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 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의 확산과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 상승도 소주 수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소로 분석된다. 한국 음식 문화를 접한 해외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의 대표 주류인 소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진로의 브랜드 수요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전 세계 91개국에 소주를 정식 수출하며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진로가 25년 연속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라는 기록을 지속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전무는 이제 소주가 위스키나 맥주, 와인처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친숙하게 즐기는 대중적인 주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진로가 앞장서서 글로벌 시장에 소주 문화를 전파하고 메인스트림 주류로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증류주, 어떻게 만드는 걸까
이처럼 한국 소주가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면서 소주가 속한 '증류주'라는 주종 자체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증류주는 쉽게 말해 효모로 발효해 만든 술(양조주)을 다시 한번 끓여서 알코올 도수를 높인 고농도 술을 의미한다. 인류가 액체를 기화시킨 뒤 다시 응축하는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면서 탄생한 주종으로 오늘날 전 세계 고도주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증류주를 만드는 과학적 원리는 물과 알코올이 끓는 온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 있다.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지만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에탄올)은 이보다 낮은 약 78.3도에서 끓기 시작한다. 맥주나 와인처럼 이미 완성된 발효주를 넣고 가열하면 끓는 온도가 낮은 알코올 성분이 물보다 먼저 기체로 변해 위로 날아오른다.
이 기화된 알코올 증기를 냉각 장치에 통과시켜 다시 차가운 액체로 모으면 알코올 도수가 훨씬 높아진 맑은 증류주가 완성된다. 이 방식을 거치면 보통 10도 안팎에 머물던 발효주의 알코올 도수가 최소 20도에서 최고 70도 이상까지 올라가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증류 기술은 처음부터 술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고대 바빌로니아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향료나 약재를 추출하는 과학 기술로 처음 고안됐다. 이후 8세기 무렵 중동의 연금술사들이 화학 실험을 거듭하며 증류기를 개량했고 이 기술이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본격적으로 술 제조에 도입됐다. 한국에는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입 경로를 통해 아랍의 증류 기술인 '아랑기'가 들어왔으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한국 전통 소주의 시초가 됐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 병 소주는 뭐가 다를까
우리에게 익숙한 소주 자료사진. / 뉴스1
한국의 소주 역시 제조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전통적인 '증류식 소주'는 쌀 등의 곡물로 만든 술을 가마솥 모양의 단식 증류기에 넣어 원료 고유의 깊은 풍미를 그대로 살려낸다. 반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색 병의 '희석식 소주'는 고구마나 타피오카 전분 등을 대형 연속 증류기로 증류해 알코올 함량 95% 이상의 순수 주정을 만든 후 여기에 물을 섞어 희석하고 감미료를 더해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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