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투데이=장효남 기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후위기 대응 속에서 재생원료가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한국은 관련 법제도 간 단절로 인해 재생원료 산업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규제 완화보다는 폐기물 회수부터 재생원료화, 제품 생산, 시장 유통에 이르는 전주기 단계를 유기적으로 잇는 연결 규칙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6월 9일 발간한 연구보고서 '원료전환 시대 재생원료 산업에 관한 법제도 국제비교'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나프타 공급 불안,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통제 강화, 유럽연합(EU)의 재생원료 단일시장 구축 등은 기존 1차 원료 조달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재생원료 확보의 전략적 중요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순환경제가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공급망 안정성을 위한 산업정책으로 진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법제도 구조는 재생원료의 순환 주기를 원활하게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는 폐기물 종료 제도를 중심으로 제품·화학물질 규제, 표준·인증, 디지털제품여권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응집형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표준 중심의 정부 주도형 구조를, 일본은 품목별 회수·재활용 체계 기반의 모듈형 구조를 다진 상태다.
반면 한국은 순환자원 인정과 품질인증 체계가 제품 규제, 화학물질 규제, 공공조달 제도 등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해 시장 진입 단계마다 반복적인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순환자원 인정이 개별 승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데다, 인정 이후에도 제품 안전 및 화학물질 규제가 별도로 적용되면서 사업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추가 검토와 절차가 반복되는 탓이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사용후배터리 재활용 등 신기술 기반 산업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정부가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일부 병목을 해소했으나, 신기술 기반의 재생원료 생산이 일반 제도 안에서 안착하지 못하고 규제샌드박스나 실증특례에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높이고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이중 게이트 구조의 원인으로 폐기물의 순환자원 전환을 통합 규율할 허브 법령의 부재, 여러 규정에 공통 적용되는 조화 표준이 없는 분산형 표준·인증 거버넌스, 제품 정보 통합관리 체계 부재에 따른 설계와 재활용 단계 간의 정보 단절을 꼽았다. 순환자원 인정과 품질인증이 후속 제품·화학물질 규제나 공공조달로 자동 승계되지 않아, 신규 재생원료 생산이 일반 규칙이 아닌 예외적 특례로만 허용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재생원료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주기 단계 간 연결 규칙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폐기물의 법적 지위 전환 기준과 재활용 기술 분류체계를 성능과 효과 중심으로 재설계해 신기술의 시장 진입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순환자원 인정, 품질인증, 시험·분석 기준 간 정합성을 강화해 재생원료가 특례 없이 일반 규칙 안에서 유통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품시장 단계에서는 공공조달, 제품설계 기준,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및 함량 표시제 등을 연계해 회수·재활용에서 수요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향후 재생원료 사용 의무가 본격화될 경우 제품 투입 단계의 화학물질 안전 및 품질 기준이 새로운 규제 장벽이 될 수 있으므로 후반부 제도의 선제적 정비가 요구된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을 중심 허브 법령으로 삼아 범부처 협의체를 구축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환경, 안전, 조달 규제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입법부 역시 상임위원회별 분절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전환 관점에서 법제도 정합성을 점검할 수 있는 통합 검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아 연구위원은 원료전환의 성패가 폐기물의 단순 분리·수거량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수된 자원이 법적·기술적 단절 없이 산업 원료로 연결되는 제도적 응집력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개별 규제 완화에 매몰되기보다 단계를 잇는 연결 규칙과 허브 법령을 정비함으로써 재생원료가 특례가 아닌 일반 규칙 속에서 안정적인 산업 원료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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