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철 과일인 포도는 한 번에 넉넉히 사 두는 경우가 많다. 씻어서 바로 먹기 좋고, 차갑게 먹으면 단맛도 더 잘 느껴져 장바구니에 자주 담게 된다. 하지만 포도는 보기보다 쉽게 무르는 과일이다.
비싼 샤인머스캣이나 거봉을 사 놓고 얼마 먹지 못한 채 버린 적이 있다면, 포도 자체보다 보관 방식부터 확인해야 한다. 송이 그대로 넣어두는 방법은 편하지만, 오래 두고 먹기에는 맞지 않다. 포도알이 서로 눌리지 않도록 나눠 담고, 무른 알을 먼저 골라내야 신선함을 더 오래 지킬 수 있다.
포도를 송이째 두면 아래쪽 알이 먼저 무른다
포도 송이는 보기보다 묵직하다. 알이 촘촘하게 달린 송이를 그대로 눕혀두면 위쪽 알의 무게가 아래쪽 알에 계속 실린다. 냉장고 안에서는 한 번 놓인 자리가 거의 바뀌지 않아 아래쪽 알이 오래 눌리고, 맞닿은 부분부터 껍질이 약해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눌린 부분에 작은 흠이 생기면 포도는 금방 물러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기가 배어 나오고 표면이 끈적해지며, 알 사이에 남은 습기 때문에 곰팡이도 생기기 쉽다. 특히 알이 큰 샤인머스캣이나 거봉은 무게가 더 실려 아래쪽 손상이 빠르게 나타난다.
한 알만 상해도 안심하기 어렵다. 포도알은 서로 바짝 붙어 있어 터진 알의 수분이 옆 알에 닿고, 곰팡이가 생기면 주변까지 번지는 속도도 빠르다. 처음에는 송이 아래쪽 한두 알만 물러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대로 두면 옆 알과 위쪽 알까지 끈적해져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
세척은 먹기 직전에 해야 블룸이 남는다
포도 표면을 자세히 보면 흰 가루가 얇게 묻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농약이나 먼지로 오해하기 쉽지만, 대부분은 포도에서 생기는 천연 왁스층인 블룸이다. 블룸은 포도 껍질을 감싸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돕고, 외부 오염물이 바로 닿는 것도 줄여준다.
문제는 블룸이 물에 약하다는 점이다. 보관하기 전에 포도를 미리 씻어두면 이 얇은 막이 씻겨 나가고, 껍질 표면은 전보다 쉽게 마르거나 무르기 쉬워진다. 물기를 꼼꼼히 닦아도 이미 블룸이 줄어든 뒤라 보관 중 신선함이 오래가기 어렵다.
그래서 포도는 냉장고에 넣기 전에 씻지 않는 편이 좋다. 먼저 무른 알이나 터진 알만 골라내고, 작은 송이로 나눠 키친타월을 깐 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세척은 먹기 바로 전에 하면 된다. 이 순서만 지켜도 포도알 표면의 블룸을 최대한 남길 수 있고, 냉장 보관 중 껍질이 무르거나 곰팡이가 생기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가위로 꼭지를 조금 남겨 잘라야 한다
포도알을 송이에서 떼어낼 때 손으로 잡아당기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좋다. 알을 억지로 떼면 꼭지 주변 껍질이 찢어지거나 늘어나고, 그 틈으로 수분이 빠지기 쉽다. 겉으로는 작은 흠처럼 보여도 냉장고에 며칠 두면 그 부분부터 무르고 끈적해질 수 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가위를 쓰는 것이다. 포도알에 붙은 꼭지를 5mm 정도 남기고 자르면 껍질이 직접 드러나는 부분을 줄일 수 있다. 꼭지가 짧게라도 남아 있으면 알과 줄기가 맞닿아 있던 자리가 덜 벌어지고, 보관 중 수분이 빠지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손톱이나 손으로 뜯는 것보다 가위로 자르는 편이 알에 가해지는 힘도 적다. 특히 샤인머스캣이나 거봉처럼 알이 큰 포도는 꼭지 주변 껍질이 생각보다 쉽게 약해지기 때문에, 무리하게 잡아당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밀폐용기에 담을 때는 바닥부터 준비해야 한다
분리한 포도알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밀폐용기 안에 바로 쏟아 넣지 않아야 한다. 용기 바닥에 키친타월을 한두 겹 깔아두면 포도알에서 조금씩 배어 나오는 물기를 받아낼 수 있다. 용기 안에 습기가 고이면 포도 표면이 쉽게 끈적해지고 곰팡이도 빨리 생기기 때문에, 바닥에 깔아두는 키친타월만으로도 보관 중 무르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포도알을 담을 때는 한 층으로 넓게 펴 담는 편이 좋다. 여러 겹으로 쌓으면 아래쪽 알이 다시 눌리고, 껍질이 약해지면서 송이째 넣어뒀을 때와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샤인머스캣이나 거봉처럼 알이 큰 포도는 무게가 더 나가므로 빈틈 없이 쌓아두면 아래쪽 알부터 쉽게 터지거나 무른다.
냉동할 때는 물기를 없애고 한 알씩 얼린다
포도를 일주일 넘게 두고 먹어야 한다면 냉장보다 냉동이 낫다. 먼저 무른 알이나 터진 알을 골라낸 뒤, 포도알을 하나씩 분리한다. 바로 씻어 얼릴 경우에는 물기가 남지 않도록 키친타월로 겉면을 충분히 닦아야 한다.
냉동할 때는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한 번 먹을 양만큼 나눠 담는 편이 좋다. 포도알을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얼면서 서로 붙기 쉽고, 꺼낼 때마다 봉지를 오래 열어두게 돼 냉동실 냄새가 배기 쉽다. 처음부터 소분해두면 먹을 만큼만 꺼낼 수 있어 훨씬 편하다.
냉장 보관 중에는 용기 안도 자주 살펴야 한다. 포도는 당분이 많아 한 알이 물러지면 옆 알까지 금방 끈적해진다. 곰팡이가 핀 알은 바로 버리고, 맞닿아 있던 알도 껍질이 무르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키친타월이 축축해졌다면 새것으로 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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