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기 이륜차를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지고 있다. 보조금을 앞세워 판매에 나선 일부 업체들이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낮은 품질의 부품을 사용한 전기 스쿠터 제품을 판매했다는 지적이다. 출고 이후 하자와 AS 문제까지 겹치면서, 세금이 투입된 전기 이륜차 보급 사업의 허점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전기 이륜차 보조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기 오토바이·전기 스쿠터 구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내연기관 이륜차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와 소음을 줄이고, 전기로 운행하는 이륜차 보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책적 지원
배달용 오토바이처럼 도심을 장시간 운행하는 이륜차를 전기식으로 바꾸면 매연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전기 이륜차 보급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왔다.
전기 이륜차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차량 가격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을 부담하면, 차량 출고와 등록이 이뤄지고, 이후 제작·수입사 등이 지자체에 보조금을 청구해 지급받는 구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구매 부담이 낮아지고, 제작·수입사 입장에서는 보조금 대상 제품이라는 홍보가 판매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원 금액은 차량의 유형과 성능, 지자체별 예산, 추가 지원 대상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기 이륜차의 규모와 성능에 따라 국비 보조금이 차등 적용되고, 여기에 지방비가 더해지는 방식이다.
배달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나 소상공인, 취약계층, 배터리 교환형 충전시설을 이용하는 공유형 전기 이륜차 등에 대해서는 추가 지원이 붙는 경우도 있다.
전기 이륜차 보조금은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 수단이다. 하지만 보조금이 차량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에도 큰 영향을 준다. 보조금 대상인지 여부, 실제 구매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출고와 등록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전기스쿠터 구매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문제는 일부 전기 스쿠터 업체들이 보조금을 앞세워 판매에 나서면서도, 정작 제품을 설명하는 광고나 품질 관리에는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보조금은 판매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실제 이용 조건과 다른 광고를 하거나 품질이 낮은 부품, 구형 부품이 혼용된 제품을 공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소비자 A씨는 한 전기 스쿠터 업체의 광고 문구를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토로했다.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팔 때는 정부 혜택 강조
품질·사후 관리는 엉망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A씨가 이용한 업체 홈페이지에는 해당 제품의 충전 방식을 소개하며 “전기차 충전기 사용” “전기차 충전 인프라 호환” 등의 문구가 게재돼있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제품이 전기차처럼 공용 충전을 이용할 수 있다고 혼동할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A씨가 실제 이용 방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받은 답변은 달랐다. A씨가 환경부 통합누리집 충전 카드 발급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업체 측은 “환경부 통합누리집 충전 카드는 전기 자동차를 대상으로만 지원되고 있으며, 전기 이륜차는 아직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홈페이지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 공용 충전 인프라 이용을 위해 필요한 환경부 충전카드 발급 단계에서는 전기 이륜차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있었던 셈이다. A씨는 이 같은 안내가 구매 또는 리스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보였다고 설명했다.
쟁점은 소비자가 광고 문구를 보고 전국의 공용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다고 인식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용 제한이나 카드 발급 불가 가능성이 사전에 충분히 고지됐는지가 핵심이다. 홈페이지에 “전기차 충전기 사용”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면, 소비자에게 제한 조건을 명확하게 안내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제품이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춘 전기 이륜차라는 점에서, 표시·광고의 정확성은 더욱 중요하다.
A씨는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줄 알고 제품을 이용하게 됐지만, 실제로는 환경부 충전카드 발급 단계에서 전기 이륜차가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광고와 실제 이용 조건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 허위·과장 광고로 볼 여지가 있다.
전기 스쿠터의 품질도 문제였다. A씨는 2026년식 신차를 계약하고 출고 안내를 받았지만, 실제 인도받은 전기 스쿠터에는 구형 부품이 섞여 있었다. A씨는 차량을 받은 뒤 구형 부품 혼용 문제를 제기하고 교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명확한 해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해당 업체를 고소했다. A씨에 따르면 업체 측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국토부에서 인증한 부품을 사용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씨는 “신형 모델을 계약했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구형 부품을 사용해놓고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조금으로 판매 늘리고
하자 발생 땐 나 몰라라
비단 A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자가 관련 카카오톡 단체방과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확인한 결과, 출고 직후 하자와 AS 지연, 부품 교체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이용자들은 제품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상 증상을 겪었다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들은 수리를 요청했지만 처리가 늦어졌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제조사와 판매·리스 플랫폼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도 확인됐다.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보조금 신청부터 리스, 출고까지 안내받고 제품을 이용했지만, 정작 하자 발생 뒤에는 제조사와 판매·리스 플랫폼 사이에서 책임 소재가 흐려진다는 취지다. A씨는 “처음에는 내가 겪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단체방과 카페 글을 보니 다른 이용자들도 출고 직후 문제와 AS 미흡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조금 대상 전기 이륜차가 많이 팔릴수록 제작·수입사 등이 청구해 받는 보조금 총액도 늘어난다. 보조금이 대당 지급되는 구조인 만큼 판매 대수가 늘면 보조금 수령 규모도 함께 커지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과거 실제 부정수급 사례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조금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은 실제 구매자를 확보하지 않고도 지인이나 법인 명의를 빌려 구매자가 있는 것처럼 꾸미거나, 렌털 사업을 할 것처럼 운영 계획서를 제출해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했다.
판매 대수를 부풀리거나, 전기 이륜차를 판매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혈세로…
정부와 지자체는 배달용 오토바이의 소음과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전기 스쿠터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판매량 확대에만 쓰이고 품질·AS 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A씨는 “보조금 받아 팔 때는 그럴듯하게 홍보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데 누가 믿고 전기 스쿠터를 구매하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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