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자제 요구에도 베이루트·테헤란 폭격 독자행동
상충되는 정치적 위기…트럼프, 전쟁에 대한 통제력 약화하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불협화음이 고조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함께 전쟁을 시작했지만, 이스라엘 측이 약속했던 신속한 승리와 이란 정권 교체 실현이 어려워지자 이해관계가 점차 어긋나기 시작했다.
특히 전날부터 이틀간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미사일 공방은 현재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이어지는 교착 상태가 본질적으로 불안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동시에 위태로운 휴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쟁에 대한 이견과 이들의 복잡한 갈등 관계를 극명하게 비췄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휴전 이후에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격을 지속했다. 이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중단 위기에 놓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격노'하며 공습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전날 헤즈볼라의 핵심 거점으로 알려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남부 외곽 다히예를 공습했다.
이에 반발한 이란은 베이루트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라며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탄도 미사일 11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도 곧바로 이란을 향해 반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판에서 "내가 모든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하고, "이스라엘과 이란은 즉각 발포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한 이후 이날 양측의 무력 충돌은 일단 멈춘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교전은 네타냐후 총리가 언제든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체결하려는 종전 협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의 불씨를 억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물러섰고, 이는 전쟁에 대한 그의 통제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WSJ이 인용한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의 연이은 미사일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가 그냥 넘어가지 않으리라는 점이 명확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조를 바꿔 "제한적으로 대응하고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각자 직면한 정치적 압박이 이들을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인기가 없고 유가를 끌어올린 전쟁을 끝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물가상승이 일반 유권자들을 이미 타격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내에는 외국의 불필요한 전쟁에 국가 자원을 낭비한다는 비판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최신 드론으로 무장하며 부활한 헤즈볼라 격퇴에 힘쓰고 있으며, 이란 정권을 더욱 약화하기 위해 대이란 공습을 지속하기를 희망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10월 크네세트 선거(총선)를 앞두고 이스라엘의 안보지형을 크게 개선한 강경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우파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개인의 부정부패 혐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침투를 허용한 안보실패 책임,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서는 집권 연장이 절실하기도 하다.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은 WSJ에 "트럼프는 석유 시장과 글로벌 소비자들이 받는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합의로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전쟁이 이란의 항복으로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붙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ric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