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축적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복제약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혁신 신약과 바이오 기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수출과 해외 임상 확대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시장 개척 전략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편집자주]
JW중외제약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비교적 일찍부터 연구개발(R&D) 중심 경영을 시작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단순 복제약(제네릭) 중심 기업을 넘어 혁신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자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까지 구축하면서 최첨단 신약 개발 전선에 뛰어들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이 최근 가장 기대하고 있는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은 통풍 신약 '에파미뉴라드'다.
에파미뉴라드는 hURAT1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의 요산 배설 촉진제로 임상 2상에서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는 앞서 4차례 회의에서 모두 계획대로 임상을 지속할 것을 승인했다.
현재 한국과 대만, 중국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4월 마지막 환자 투약을 완료하고 연말 결과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용법·용량 특허를 취득하며 미국 시장 독점 기간을 2029년에서 2038년까지 연장했다.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8개국에 특허를 등록했으며 유럽, 일본, 중국 등 11개국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JW중외제약은 STAT3 표적 항암제 'JW2286', 탈모치료제 'JW0061' 등 후속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STAT3은 난공불락 표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약 개발 성공 시 글로벌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 탈모치료제 역시 비임상과 초기 연구 단계에서 개발 중이며 기존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계열과 차별화된 기전으로 개발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개발하다가 2023년 기술이전 권리가 반환된 'JW1601'은 안질환으로 적응증을 변경해 임상을 준비 중이다.
STAT6 타깃 호산구성 식도염 치료제 개발 연구는 '2025년 제1차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JW중외제약은 이를 통해 16개월간 연구비를 지원받아 STAT6 단백질을 직접 저해하는 선도물질(리드화합물)을 최적화하고 경구용 저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비임상 단계 진입을 목표로 연구를 추진 중이다. 호산구성 식도염은 식도 내 과도한 제2형(Th2)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희귀질환이다.
AI 기반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통해 신약 개발 전 주기에 AI 기술을 활용하며 개발 시간과 비용 절감을 도모하고 있다.
제이웨이브는 기존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해 구축한 플랫폼이다. 약물 탐색부터 선도물질 최적화까지 신약 후보물질 발굴 전 주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플랫폼은 500여종의 세포주·오가노이드·질환 동물모델 유전체 정보와 4만여 합성 화합물 데이터 등 방대한 생물·화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 20여종을 적용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제이웨이브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확장해 대규모 유전체 분석과 AI 학습 속도를 높이는 한편, 산·학·연·병과의 공동 연구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이웨이브로 발굴한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가 현재 '2025년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후보물질)' 과제에 선정된 상태다.
JW중외제약은 제이웨이브를 활용해 구조 기반 모델 고도화와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단기간에 유효물질을 최적화하고 새로운 기전의 선도물질을 확보했다. 해당 물질은 현재 후보물질 단계에서 최적화가 진행 중이다.
이번 과제를 통해 회사는 24개월간 연구비를 지원받아 비임상 진입을 위한 선도물질 구조 최적화, 기전 연구, 예비 독성시험 등을 순차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번에 확보한 선도물질은 기존 대사질환 치료제와는 전혀 다른 신규 기전을 갖춘 경구용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후보물질로, 향후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AI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 영역에서 혁신신약 창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W중외제약은 1983년 중앙연구소(현 신약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R&D 체제를 구축했다. 1992년에는 일본 주가이제약과 함께 국내 최초 한일 합작 신약연구 벤처인 C&C신약연구소를 세웠다. 이 연구소는 JW그룹의 혁신 신약 발굴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단순 제네릭 중심 기업에서 혁신 신약 개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뒤, 2020년대 들어 AI 신약 개발 시대에 진입했다.
2023년 5월에는 과천 신사옥으로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집결하면서 R&D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JW중외제약의 R&D 비용은 2022년 525억원에서 지난해 1079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도 13.9%로 국내 상장 제약사 평균을 웃돌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에파미뉴라드가 상업화에 성공하고 후속 파이프라인까지 연결된다면, JW중외제약은 현재의 중견 제약사 입지에서 유한양행, 한미약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혁신 신약 선도 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수액제와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중심의 안정적인 제약사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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