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1만 명' 보고 그대로 묻힌 줄 알았는데… 지금 넷플릭스 역주행 중인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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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1만 명' 보고 그대로 묻힌 줄 알았는데… 지금 넷플릭스 역주행 중인 한국 영화

위키트리 2026-06-09 08:5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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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영화 한 편이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지난달 29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 상위권을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스틸컷 / 바이포엠스튜디오

개봉 당시에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통로를 통해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누적 관객 11만 명의 아쉬움, OTT 역주행으로 반전

작품은 지난해 2월 극장에 처음 걸렸을 당시 기대만큼의 관객을 모으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당초 알려진 손익분기점은 약 150만 명이었으나 최종 누적 관객 수는 11만 명에 그쳤다. 상업적인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스크린을 내려야 했던 영화는 1년이 지난 지금 넷플릭스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뒤늦게 많은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속 한 장면 /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홀로 세상에 남겨진 고등학생 인영이 예술단의 완벽주의 감독 설아와 우연히 한집살이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자극적인 설정 대신 저마다의 결핍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한 휴먼 드라마다.

작품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다. 오직 무대 위에서 춤을 출 때만 살아 있음을 느끼며 가혹한 현실을 미소로 버텨내는 고등학생 인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영과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는 설아는 국립예술단을 이끄는 엄격한 완벽주의자 감독으로 일 처리는 빈틈없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깊은 고독감을 느끼는 양면적인 인물이다.

여기에 인영에게 묘한 열등감과 불안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예술단의 만년 1등 센터 나리, 친구라는 경계선 위에서 매일 엉뚱하고 순수한 고백을 건네는 인영의 유일한 남사친 도윤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마지막으로 동네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몸에 좋은 약뿐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말 한마디를 처방전처럼 건네는 괴짜 약사 동욱이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한다. 이처럼 혼자서는 서툴고 부족한 인물들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함께라서 괜찮다”는 담백한 위로를 완성해 나간다.

베를린영화제 수정곰상 수상으로 검증된 작품성

넷플릭스에서 보여주는 흥행세는 탄탄한 작품성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작품은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감각적인 대사로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받았던 김혜영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내는 김 감독의 장점은 세계 무대에서도 통했다. ‘괜찮아’는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청소년을 위한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수정곰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전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무용 연습을 하고 있는 배우 이레 / 바이포엠스튜디오

당시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엄격한 규율과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이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전개되는 점이 매혹적이다”라는 호평을 남겼다. 이를 시작으로 런던, 시드니, 베이징,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50개국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작품의 저력을 입증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깊은 울림을 주는 서사로 표현하는 것이 목표였다”며 작품에 담긴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유튜브 '바이포엠스튜디오'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캐스팅 라인업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가장 큰 힘이다. 먼저 무한 긍정 소녀 인영 역은 배우 이레가 맡았다. 2013년 영화 ‘소원’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남긴 후 ‘걸캅스’, ‘반도’ 등을 거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해 온 이레는, 최근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에서 보여준 강렬한 모습과는 또 다른 해맑고 사랑스러운 고등학생을 차분하게 소화해 냈다.

예술단의 엄격한 감독 설아 역은 배우 진서연이 맡아 열연했다. 영화 ‘독전’에서 강렬한 독점적 카리스마로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입지를 다진 그는 이번 작품에서 차가운 외면 뒤에 숨겨진 캐릭터의 고독과 외로움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특히 이레와 진서연이 좁은 집 안에서 부딪치며 주고받는 담백한 티키타카는 영화의 소소한 재미를 책임진다.

이레·진서연부터 손석구까지, 세대 아우르는 연기 시너지

여기에 라이징 스타들의 활약이 더해졌다. ‘소년심판’과 ‘트롤리’에서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정수빈은 예술단 센터 나리로 분해 청춘의 복잡한 내면을 현실감 있게 그렸고 ‘무빙’을 통해 대세로 떠오른 이정하는 인영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남사친 도윤 역을 맡아 무해하고 다정한 매력을 더했다. 동네 괴짜 약사 동욱 역으로 깜짝 등장한 손석구는 특유의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위태로운 고등학생 인영에게 묵직한 위로를 건네며 신스틸러로서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배우 이레와 손석구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괜찮아'는 여태껏 한국 스크린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던 '한국 무용'이라는 소재를 극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김 감독은 무용을 인물들의 열망을 표현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매개체로 활용했다.

김 감독은 "한국 무용의 군무는 화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며 "한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완성될 수 없는 이 속성이 영화가 가지는 메시지와 닿아 있다"고 소재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연기 전공 배우들과 실제 무용 전공자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하나의 팀이 돼갔고 이 과정 자체가 영화 속 성장 서사와 닮아 있어 큰 뭉클함을 자아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마음을 열지 못하던 인영과 설아가 무대 위에서 함께 듀엣 무용을 선보이는 클라이맥스 부분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는 거창한 구호 대신 누군가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작은 온기만으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진정한 위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웃음과 기다림"이라는 김 감독의 말처럼, '괜찮아'는 숨 가쁜 하루의 끝에 지친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극장 개봉 당시 여러 악조건 속에서 작품을 미처 보지 못했던 관객들에게 지금 넷플릭스를 통해 불고 있는 뒤늦은 흥행 바람은 반가운 소식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자극적인 반전 없이도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는 따뜻한 온기가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를 감상한 관람객들은 "괜찮지 않은 날들을 살고 있는 저에게 정말 다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해 주는 기분이었다.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취향과 달라 아쉬울 수는 있어도 위로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모두에게 괜찮은 날들이 오기를", "가족이 함께 보니 더 따뜻하게 와닿는 감동과 웃음. 보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드는 비타민 같은 힐링 무비. 유머 타율도 높음. 이레 배우 손석구 연기 역시 좋았고요. 감독님 이름 기억하겠습니다. 올해 최고의 데뷔작이 될 듯",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적절한 밸런스를 갖춘 웰메이드 무비다. 마지막 공연 선물은 가히 최고!!! 관객으로서 공연장에 초대된 느낌을 받았다", "두통이 올 것 같은 차가운 얼음도 녹이는 것은 봄날의 햇살. 그 따뜻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행복함이 가득한 영화", "'멜로가 체질' 감독이라길래 봤는데 영화도 잘 만드네.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이라 좋았고 캐릭터도 현실적이었다. 간만에 괜찮은 영화였다" 등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극장가의 차가운 성적표를 뒤집고 넷플릭스 차트에서 잔잔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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