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유튜브 '진이채널' 황진이 앵커…148만 구독자 이끄는 '한류 전도사'
첫 아시아계 아르헨티나 국영 TV 뉴스 앵커 출신…변호사로도 활동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저는 스스로를 다리라고 생각해요.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잇고, 언어와 문화를 연결하며,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요."
아시아계 최초 아르헨티나 국영 TV 뉴스 앵커 출신으로, 148만 구독자를 보유한 중남미 유튜브 '진이채널'(JiniChannel)의 황진이(48) 앵커는 지난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앵커는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넘어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황 앵커는 "한류는 스타들만의 성과가 아니라 팬들, 재외동포들, 현지 커뮤니티, 그리고 문화의 경계를 넘는 모든 사람의 합작"이라며 "저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는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진이채널과 새롭게 시작한 스트리밍 콘텐츠 '진짜'(JINCHA) 촬영을 위해 모국을 방문했다. 진짜는 라틴아메리카 음악·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투무시카호이(TuMusicaHoy)와 협업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황 앵커는 "한국 문화와 K팝, K뷰티, 라이프스타일,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더 넓은 라틴아메리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다"며 "K뷰티 관련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덟살 때 가족과 함께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그에게는 음식과 학교 분위기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언어를 모르면 단순히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도 표현할 수 없고 내 성격도 보여줄 수 없잖아요."
하지만 두 문화 사이에서 성장한 그는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사람'이 됐고, 훗날 방송인과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길에 큰 자산이 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법학부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황 앵커는 현재 국제변호사이기도 하다.
그는 "법과 방송은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많이 연결돼 있다"며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과 자료를 검토하는 법, 말의 책임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공과 이후 방송국 국제뉴스팀장으로 일한 경험은 여러 문화와 제도를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줬다고 덧붙였다.
앵커 전문학교에 수석 입학·수석 졸업한 그는 "스페인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아르헨티나에서 뉴스 앵커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발음을 녹음해 듣고 다시 고치며 현지 앵커들의 말투를 부단히 분석하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의 한국인 앵커'라는 수식어는 자랑이었지만 부담이기도 했다"며 개인의 실수가 한국인 전체에 대한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 앵커는 아르헨티나에서 체감하는 한류의 변화에 대해 과거에는 소수 팬덤이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찾아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K팝과 드라마를 넘어 K뷰티, K푸드, 한국어, 여행으로 관심이 확장됐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고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며 "한 번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진이채널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성장했다. 초기에는 한국어 교육 콘텐츠가 큰 반응을 얻었고, 이후 K팝 아티스트 인터뷰와 한국 문화 콘텐츠로 영역을 넓혔다.
황 앵커는 이러한 한류 확산이 최근 BTS 공연을 둘러싼 현지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BTS의 아르헨티나 공연을 앞두고 그는 "BTS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 문화를 사랑해 온 팬들에게는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KBS 1TV '글로벌 한인기행 김영철이 간다'를 통해 소개된 이후에는 한국과 라틴아메리카를 오가며 해 온 활동이 더욱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방송 이후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으로 "이민자로 살아온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았다"는 말을 꼽았다.
이어 "방송을 통해 제 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 작은 위로와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에서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졌다고 한다. 그는 "라틴아메리카에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정확한 정보는 부족하다"며 "그래서 제품 소개를 넘어 피부 유형과 사용법, 한국식 관리 문화까지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콘텐츠와 K뷰티, 교육, 비즈니스를 연결하며 한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리밍 콘텐츠 '진짜'를 통해 한국 문화와 여행, 음식, K팝, K뷰티 등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고 한국 기업과 브랜드, 아티스트들이 라틴아메리카와 만날 수 있는 통로 역할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황 앵커는 이런 활동 속에서 동포 청년들에게도 진심 어린 조언도 남겼다.
"두 문화 사이에 있다는 것은 때로 외롭고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아주 큰 힘이 됩니다."
이어 "낯선 곳에 있어도, 조금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끝까지 믿고 가면 언젠가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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